나는 이베이 나우의 도움으로 편안히 뉴욕을 떠났다.

졸업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학교 주변 풍경이 새삼스레 보여서 집에 오기 전날 한 바퀴 돌았다. 요새 가내 현상소에 일감이 밀려서 사진이 이제야 나왔음.

우리네 신생기업 홍보 및 구인 차원에서 학교 주요 게시판마다 전단지를 살포하며 다녔다. 그 중 마지막으로 발을 들이는 건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딜 밟을지, 경비원에게 뭐라고 인사를 할지도 고민이 되었다. 한국에 있는 동창의 부탁으로, 학교 서점·기념품점에 들러 엔와유 크게 박힌 XL 후디를 줄 서서 하나 샀다. 학교서점에서 교재 말고 뭘 사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후디를 사고 나자 잔고가 0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산 착오였다. 전날 우리 티저 영상 촬영을 도와준 친구들과 치맥에 노래방을 가느라고 예기치 못한 지출을 한 데다가, 비상금으로 갖고 있었던 돈은 페이팔 계좌에 갇혀 현실계좌로 옮기는 데 며칠이 걸릴 터였다. 방에 돌아가 초-비상금을 탈환하니 공항행 등의 교통비와 샌프란시스코 숙박비, 사흘간의 밥값 정도는 나왔는데, 집에 사다 주기로 한 공수품들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 때 나를 도운 것이 EBAY NOW다. 이베이에서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한정으로 개시한 서비스인데, 각 도시에 있는 백화점 등 여러 대형소매점에서 물건을 선택하면 배정된 이베이 나우 요원이 직접 가서 사 오는 방식이다. 엄마와 동생이 부탁한 운동화와 화장품이 Macy’s에 팔길래 그걸 주문하고 페이팔로 $5 + 팁을 결재하자 한 시간 뒤에 이베이 나우 요원이 몸에 쫙 달라붙는 알록달록한 이베이 나우 요원복을 입고 내가 있던 커피집으로 배달 왔다. 요새 택시 대신 Uber 타고, 밥자리 술자리에서 현금 쪼개 나누는 대신 Venmo로 서로 돈 주고받는 것은 거의 완전히 일상으로 자리잡았는데, 이번처럼 직면한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니 역시 미래가 좋구나,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