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온다 싶다.

클라이언트에게 페르시아 식당에서 저녁을 얻어먹었다. 통화만 해 본 사이인 그는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십 년을 살아 슬하에 혼혈인 아이가 있는 가라데 유단자였다. 실없는 얘기와 일 얘기를 들실 날실 삼아 조금 징그러울 정도로 능숙하게 ‘비즈니스 대화’를 엮어나가는 그의 솜씨에 흥을 맞추느라 양고기와 사프란 밥에 누룽지를 튀긴 것과 비슷한 맛난 과자를 너무 많이 먹어 위장에 올이 나갔다.

Foxygen : No Destruction

브루클린 그래픽 디자인 씬의 호걸이라 하는 친구 Eric의 생일날이 되어 각색 친구들이 중국집 지하 가라오케에 모여 깜짝 잔치가 열렸다. 그 중에 몇 놈이 잘난체 하면서 데스메탈과 크렁코어 랩을 선보여 옆 식탁의 중후한 중국인 가족에게 문화충격을 선물했다고 한다. 요새 코리아타운에 푹 빠진 몇 놈들을 위한 선택인 뚜레주르 녹차 케이크로 마무리.


삼 주에 거친 물색 끝에 방을 넘겨받을 사람을 구했다. 방 친구들이랑 각별하기 때문에 좋은 후임을 남겨주려는 생각으로 열 명 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고심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미 안면이 있는 Andrew란 친구가 방을 구한다길래 단박에 결정했다. 이유인즉슨 지난 번 할로윈 잔치가 끝나고 이 친구가 거실에서 자고 갔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 거실 한쪽을 싹 정리해 놓았던 훈훈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예전에 내 방에 만들어놓은 가구들이 탐난다는 얘기도 했었고 고양이와도 벌써 친해서 가장 무리없는 후보가 틀림없었다.

그래서 Andrew와 커피 한 잔 하면서 구체적인 이사 일정을 만들어보려고 동네에 새로 연 커피집에 갔다가, 지난 주에 처음 뵌 동네 이웃 H님을 이틀 연속으로 마주쳤다.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꽤 여러 명의 사람들을 알게 됐지만 커피집이 같을 정도로 가까이 사는 분은 처음이라 무척 신선했고, 내 생각인진 몰라도 죽이 잘 맞아서 오래 안 사이처럼 수다를 떨었다. 부쉬윅을 나오기로 하니까 자꾸 좀 더 살았으면 싶은 이유들이 나온다 싶다. 금요일에 PATH 타고 세계무역센터역에 내리면서 어김없이 시작된 주말 조증이 거의 다 가라앉은 일요일 밤에 친구와 페이스타임 안녕을 마치고 김이 거의 빠진 초콜릿 스타웃을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