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린다.

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훈 기자

바다에서 사람들이 철벽에 갇힌 채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상황 앞에 모든 사람들의 멘탈은 수직으로 무너져내렸다. 사고에 슬퍼하고, 화를 키우는 이들에 분개하고, 나라가 통째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멀미를 호소했다. 한 길 물 속을 알 방법이 없으려니까 많은 이들이 분노와 슬픔에 사로잡혀 자신의 마음 속 심연을 드러내보이는 모습은 특히나 안타까웠다.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고, 믿을 사람도 없고,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가장 악독한 성격의 희망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딱 가라앉히고 이성을 발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알 수 있는 것이 없는 데에서 알 권리를 호소하지 않았는지, 앞 뒤 없는 욕을 퍼붓게 단상에 올라올 누군가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부조리한 현실에서 깨끗하게 뭉클한 얘기들을 긁어모아 미스트처럼 뿌리고 마음 속의 눈물 셀카를 찍지는 않았는지 반성한다. 선명한 시야로 보고 분명한 목소리를 낼 만한 처지가 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생각한다면 몸과 마음에 비통함이 씌는 마비의 순간을 조심해서 넘기자. 교사인 엄마, 여행을 공부하는 동생, 교통에 몸담은 아빠가 모인 우리 가족처럼 신경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의 손을 잡은 채, 무거운 침착함을 주위에 전하며 기다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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