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빨래방에 들러야 했다.

후임이었던 IY 형이 업무차 뉴욕에 왔대서, 만나서 골뱅이무침에 소주 한 병 마셨다. 우리 부대 형들 다 결혼했네 형도 해야지~ 같은 얘기를 농담처럼 그냥 했다. 소주를 땄으니 소주 맛 나는 대화가 필요할 것 같았다. 형과의 기억은 쓰레기 치우다가 쉬면서 사진 얘기하면서 땀 흘렸던 거, 족구하다가 날아간 공 주우러 갔다와서 땀 흘렸던 거, 그런 기억이 많다. 반가웠다. 남은 골뱅이무침을 포장해 나왔다.

여덟시였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중에 안개가 잔뜩 끼어있었다. 소파에서 자는 옛 집에 적어도 열한시는 넘겨서 들어가고 싶었다. FDR을 따라 쭉 걸어내려왔다. 육 년 전에 오스깔과 사진 찍으면서 내려오던 생각을 했다. 강 위가 딱 적당히 흐려서, 반대편 불빛들이 알맞게 건너왔다. 바람도 없이 비만 내려서 좋았다. 셀카도 찍었다. 계속 내려왔다. 가방 속에서 골뱅이무침이 터져서, 오는 길에 빨래방에 들렀다.

  1.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2.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