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청맛집으로의 초대

맛집블로거가 되고 나서 내게 이별을 통보한 그 이가 이자까야를 열었다며 카톡해 왔다. 줄바꿈을 잔뜩 넣어서 양재역 십이번 출구니까 토요일 개업날에 오라고. 모든 단품 초밥 주문시 1개 더. 생아사히 8,000 -> 6,900 원.

우리 오빠랑 가도 돼? 썼다가 지웠다. 내가 옛날에 이 집 주인이랑 사귀었다고 하면 우리 오빠는 아마 불쾌해할 것이다. 그러면 데이트할 때 영영 일식집은 못 가게 되는 것이다. 나야 이제는 영원히 덮밥을 먹을 때마다 맛집블로거의 뾰족한 턱을 떠올려야 하겠지만, 우리 오빠는 죄가 없는 것이다. 우리 오빠는 나보다 일식을 더 좋아한다.

맛집블로거도 맛집블로거가 되기 전에는 우리 오빠같았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내 질문에 대답을 하는 대신 흠~하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자기의 찌질함을 들춰내는 나 같은 여자와 마주보고 앉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언젠가는 우리 오빠도 맛집블로거는 아니지만 뭔가 상당한 게 되고, 나와의 인연은 다할 것이다.

오랜만에 그의 블로그에 가 보니 사진이 바뀌었다. 아, 개업을 앞두고 변신을 시도했구나. 머리를 이렇게 수염을 이렇게 오다기리 했구나. 가면 눈꼬리를 이렇게 웃으면서 새우초밥이라도 하나 서비스로 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