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저지에서 안 내렸다.

왕년에는 제1직장 클라이언트였지만 다른 곳으로 이직한 뒤 느슨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C와 점심을 먹었다. 공교롭게도 나처럼 집은 뉴앜에, 직장은 뉴브런즈윅에 있는 분이라 동네 얘기를 많이 했다. 제1직장을 통해 알게 되는 사람들에게 내 다른 관심사들에 대해 얘기하게 되는 경우는 무척 드문데, C는 일종의 앱 회사에 있기 때문에 통하는 얘기들이 있었다. 또 뉴욕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의 만남을 잠깐 실없이 ‘흥미롭게’ 하는 대화로-동앗줄-꼬기에 무척 능하지만 뉴저지에선 그런 장면을 보기 힘들다는 차이도 있어서, 가끔 이처럼 그런 사람을 뉴저지에서 만나 대화곡예를 하다 보면 주위에 웬 깍쟁이들이람, 하는 시선이 도는 걸 느낄 수 있다.

퇴근하는 기차, 두 역만 더 가면 뉴욕인데 매일 집 앞에서 내리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후가 다 갈 때쯤 시내에 약속이 잡히면, 주사 맞은 것처럼 깨어난다.

H님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로워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레트로 아케이드 바에서 옛날 오락을 몇 판 했다. 내가 오락실이라곤 정말 하얗게 모른 채 자라왔다는 점이 기억이 났다. 어려서 오락실이나 피씨방을 멀리하며 아낀 돈이 몇 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날 맥주값 내다가 바닥에 흘렸는지 잃어버리고 만 몇십달러 뭉치보다는 적은 돈이었을 것이다. Vanessa’s Dumpling을 사서 공원에서 먹으면서, 생일을 맞은 H님이 되레 위로를 해 주는 상황으로 마무리되었다. 건너편 벤치에는 노숙하는지 더위에 겹겹이 껴입은 동유럽계 아줌마가 등을 돌리고 앉아서, 누구에게 왔는지 모를 편지를 손에 들고 읽고 또 읽고있었다.

  • hyunji

    사진이 어쩜 .. 넋을 놓고 구석구석을 쳐다보게 하는 사진들이네요.

  • 김괜저

    칭찬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