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가인지 고민한다.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내가 스스로 <사진가>라고 써붙여도 되는가를 한참 고민하였다. 이미 <작가>라는 이름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마치고 생각을 정리한 바 있었다. 글로 밥벌이가 되어야 한다는 노동주의적 기준도, ‘내 글 앞에 부끄러움 없다’ 류의 장인주의적 기준도 꼭 맞는 것 같지는 않아, 그저 글을 꾸준히 쓰고 그것을 남들이 읽으면 작가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나는 글을 원하는 만큼 꾸준히 쓰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진은 원하는 만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예전에는 블로그에 올리는 것들이 사진의 대부분이었지만, <디어 매거진>과 함께한 것을 기점으로 남들에게 필요한 사진을 만드는 일도 하기 시작했다. 가끔 행사 사진도 찍고, 인터뷰 사진도 찍는다. 어찌됐건 글을 쓰는 것과 비교해도, 사진을 찍는 일은 내게 훨씬 생활과 밀접할 뿐 아니라, 직업에도 좀 더 가깝다. 그런데도 <사진가>라고 선뜻 자기소개하기는 어렵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나는 아무리 돈을 받고 손님이 원하는 사진을 만들어줘야 하는 입장이 되어도, 철저히 내 만족을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매력이 없지만, 손님이 좋아했기 때문에 뿌듯한 사진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디자인 일을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자기만족을 느끼며 사진 작업을 한다. 평소에 찍는 사진,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은 두말할 것 없이 백 퍼센트 내가 좋아서 만드는 사진들이다. 꾸준히 찍는 데 전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와 연결된 두 번째 이유는, 남이 필요로 하는 사진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만한 장비나 테크닉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포토샵 테크닉에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지만, 사진기는 낡았고 렌즈는 싼 것들이고 플래시나 삼각대마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사진작업을 맡긴다는 것은 내 감각이나 소통능력을 신뢰하되, 정확히 필요로 하는 이미지를 얻어내려는 기대는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작업을 맡을 때 이러한 점을 최대한 설명하려고 노력을 한다. 다행히 내가 찍는 사진들의 ‘느낌’을 익히 알고 그것을 기대하며 오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통용되는 ‘프로’의 모습은 나와 거의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안다.

이처럼 ‘프로’가 아니더라도 <사진가>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합당한가?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인생 만사가 곁다리인 내게 어떤 이름까지가 죄책감 없이 덧붙일 수 있는 것인지를 가늠하는 것은 늘 진행중인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