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맺음한 청소년기를 제출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름은 다 지나갔지만, 여름 사진들은 남아있다. 보스턴에서 찍고 보정이 오래 걸려 잊어버리고 안 올린 사진들. 빛이 정말 좋았던 주말이었다. 열흘간 김엄마와 김시스터가 와 있는 동안 충분히 정신줄 놓고 놀지 못했다는 것이 문득 아쉬워졌다. 너무 바쁜 일이 앞뒤로 많았기 때문에 하루에도 만났다 헤어졌다를 수없이 반복하며 따로 또 같이 놀 수밖에 없었다. 보스턴에서 지낸 주말이 그런 아쉬움으로부터 예외로 남았다.

지난 겨울, 오랜만에 집을 떠나기 직전에 나와 내 가족은 말하자면 돌이킬 수 없는 신뢰를 이룩하였다. 가족과의 관계가 더는 어떤 유예 상태에 있지 않고, 외부의 요소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그러한 단단한 땅에 이르렀다. 그런 계기는 아무 가족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의 한국 같은 곳에서는 가족 구성원 각각의 자아가 서로에 기대다 무너지거나, 지나치게 멀거나 가까워 덩어리를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 표준에 가깝다. 그렇기에 나는 대부분의 경우 가족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행복의 첫걸음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오래 가지고, 집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살아온 결과로, 그리고 우연케도 그 시간동안 모든 외부적인 요소들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나는 참으로 적절한 가족-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다. 내가 마음 어딘가가 크게 망가지거나 내 행복의 조건을 아웃소싱하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았으면서도, 현대적으로 구현 가능한 최고 수준의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으로, 질질 끌어온 내 청소년기를 완성, 제출하는 바이다.

  1. 와신

    너무 예쁘네요 언젠가 사진집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2. young

    2222 입니다

  3. 김괜저

    언젠가 한 번 하고 싶은 일인데, 시간을 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당

  4. chloed

    마지막 gif에 제 마음도 반짝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