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래를 덮고 들어가 잤다.

해가 지기 직전에 하늘 반 쪽에 구름이 걷히면서 비가 그쳤다. 바다와 하늘이 똑같은 진한 색이 되어서 보기에 좋았다. 돌을 던지고 조개를 주우며 놀다가 밤이 되어 모닥불을 피웠다. 변비 얘기부터 제프 쿤즈 얘기까지, 다양한 것도 같지만 사실은 거기서 거기인 얘기들을 했다. 왜 좋은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모닥불이 피는데도 아무도 감상에 젖지 않았기 때문에 좋았다. 우리 중에는 감상에 젖어버리면 회복하기 힘든 친구들이 있었는데 스스로를 잘 추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야라가 직접 만든 마시멜로로 스모어를 해 먹었다. 공기가 차서 불 가까이 가까이, 계속 원이 좁혀졌다. 자정을 넘겨서 모래를 덮고 들어가 잤다. 불꽃이 다 죽지 않아서, 아침에 보니 플라스틱 의자 두 개가 완전히 녹아 둥글고 딱딱한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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