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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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로그를 진지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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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하는 나에 대한 생각을 좀 했다. 한창 쓸 때는 평균 이틀에 한 번 꼴로 내 자신에 대한 주저리를 몇 문단씩 써서 올렸다고 생각하면 좀 뜨악할 때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를 일 년 정도 쓰다가 이글루스로 옮긴 것이 2006년이었으니까 팔 년을 그랬다.

그 동안 블로그에 올린 글 하나하나는 정말 별로 영양가가 없다. 읽는 사람에게 쓸 만한 생각거리를 주는 그런 글도 별로 없다.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열지 않았다. 글을 쓰는 것은 블로그를 하는 것의 부작용에 가깝다. 나는 사실 블로그를 방문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궁리까지 할 시간도 재간도 없다.

그냥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좋아서 블로그를 한다. 그저 기록해 둬야겠어서, 또는 의식적으로 뭔가를 숨기고 대신 다른 것을 기록해 덮어야겠어서 쓴다. 기록해 두는 참에 괜찮은 전개나 느낌 좋은 문장이 돋보이게 쓰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그런 즐거움의 구슬을 하나씩 꿰다가 결국 글 쓰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일기를 쓴다기보다는 소설 연재를 한다는 생각으로 쓴다. 매번 포스팅할 때에는 지금껏 내가 무슨 소리를 했고 주인공인 내가 마지막으로 어디에 있었는지를 생각한다. 습관처럼 그저 찍어 올린 사진들이 한 달 전, 일 년 전보다 볼만해지는 것을 발견하면 짜릿한고로 사진찍는 것 역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블로그를 진지하게 생각한다. 빼도박도 못 한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매일의 내용은 보잘것 없지만, 그걸 계속 모아서 이런 슬로우쿠커에 켜켜이 쌓아놓고 그것이 졸여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사람인데, 그 중 내가 제일 잘 아는 개체인 스스로에 대한 데이터가 이만큼 있다는 점은 종종 나를 편안하게 한다. 나는 아마 남들보다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 그 앎의 내용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 밀도는 자랑하고 싶다.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것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어떤 영화는 ‘충분히 전위적이지 않다’고 여겼으며 어떤 사람을 어떤 바보같은 이유로 좋아하고 미워했는지 간단히 써 놓고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각성을 할 수 있고 불확실한 파도를 뚫는 닻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마 오바일 것이다. 얼마나 오바인지는 내년의 내가 판단하면 된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남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죄송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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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 만든 블로그 예쁘네요.
    올라오는 사진 보는 것 좋아해요.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예쁜 세상의 사진들 보는 재미가 있어요.

    • 감사합니다. 사진은 좋은 것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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