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차적으로 난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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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하루였다.

뉴욕에서는 불법으로 담배를 팔았다는 이유로 무장하지 않은 흑인 남성 에릭 가너를 목졸라 죽게 한 경찰관을 기소하지 않겠다는 대배심 결정이 나왔다. 모든 정황이 그대로 담긴 영상도 있었고 부검 결과로도 목조름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확인되었지만 재판대에도 세울 수 없게 된 것이다. 퍼거슨에서 마이클 브라운을 쏴 죽인 경찰관이 기소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지 약 열흘만이라 무척 난감했다. 지난 20년간 급격히 군대화된 미국 경찰은 폭력을 성급하고 지나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그러한 폭력의 희생자들은 모든 주와 도시를 막론하고 흑인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경찰관들은 폭력을 남용한 법적 댓가를 거의 치르지 않는다.

이들이 직접적으로 인종차별주의자 경찰관들의 광기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말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불길이 커졌다. 보다 정확한 분노의 초점은 공권력에게 지나친 폭력이 허락돼 있는데 반해 법적 책임은 없는 현실, 그리고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과잉 진압이 흑인 인구에 대한 간접적인 공격이 되는 사실관계에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비슷한 패턴이 워낙 높은 주파수로 나타나고 있고, 뚜껑만 열면 악취가 고약하기 마련인 것이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다보니 초점이 어디건간에 일단 다들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저녁에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점거하는 등의 시위 계획들이 속속이 들려왔다. 그래서 퇴근하고 그 근처에 가서 소리를 좀 지르다 왔지만 워낙 관광객들과 그를 통제하는 경찰들의 에너지 레벨이 높은 날이라 파장이 저녁의 표면을 뚫고 들어가지는 못하는 인상이었다. 길 이쪽에서는 사망한 에릭 가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 ‘숨을 못 쉬겠다’를 제창하는 시위대 소리, 저쪽에서는 크리스마스 계절을 맞는 음악소리가 들려와 굉장히 서라운드한 밤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섧게 울었다.

  1. snea

    (블로그 옮긴거 축하드려요)
    마이크 브라운 사건이 발생한 퍼거슨시청에서 학생때 인턴했었어요.
    잘사는 동네는 아니고 사건사고가 많긴해서 인구대비 공공기관이 붐비긴했지만 어쨌든 특징없는 일반적인 중부 시골 동네였는데 요샌 참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구요 .
    인종차별 문제가 어렵고 복잡한 문제인것은 맞는데, 요사이 나오는 결론들은 괜저님 제목대로 난감합니다.

    1. 김괜저

      축하 감사합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그 퍼거슨시청에 계셨었군요! 잘 모르는 사람들도 다 한 마디씩 하게 되는 일이라 그만큼 물살이 강한 것도 있고 또 물이 탁한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