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사지 후 물을 많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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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이었다. 회사에 나가 나머지 직원들은 일찍 집에 보내고, 사장님과 둘이 남아 신년 계획을 짰다. 나의 2015년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불확실성 수치가 높은 해가 될 것이 분명한데, 우리 회사의 2015년도 사실 그렇다. 회사는 내가 상수이길 바라고, 나는 회사가 상수이길 바라지만, 현실은 둘 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2014년 마지막 주에 휴양지에서 곤욕스런 일을 겪고 막 돌아온 H 형을 만나 딴의 위로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각자 갈까 고민한 신년 잔치가 있었지만 망설인 끝에 그냥 그린포인트에서 술 한 잔 더 하고 얘기하면서 잠잠히 새해를 맞게 되었다. 대화는 조금 겉돌다가 대충 잘 멈춰섰다. 2014년은 많은 이들에게 그렇듯 얼른 보내고 싶은 해였지만 동시에 제대로 보내려면 좀 곰곰히 생각해야 할 것 같은 해였다. 요즘 형 아파트 신세를 자주 졌는데 결국 2014 마지막 날도 그렇게 되었다. 새해에는 브루클린에 살지 않으면서 마치 사는 것처럼 저녁을 보내는 즐거운 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을까 한다. 코리아타운까지 아침을 먹으러 나가서, 감자탕과 떡국을 나누어 먹었다. 전역하던 날 아침에 먹었던 감자탕 생각이 났다.

정초에 목욕재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친 몸뚱아리를 달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주 오랜만에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싼 곳이라 머리 한 번 자르는 값이면 사십오 분짜리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데, 할인을 해준다기에 난생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어깨와 목 근육이 뭉친 상태를 기본값으로 두고 살아가는 데 익숙한 나를 잘 주물러주었다. 주무르고 난 뒤에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집에 예전 룸메이트가 실수로 두고 간 코코넛물 한 상자가 유통기한이 다해가서 그걸 두 개나 마셨다. 잡지 하나를 정기구독했다. 이모할머니가 돌아가셨다. 2015년은 더 치밀하게, 단 덜 치열하게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