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는 길

사람들이 던지지도 않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머리를 박박 깎을 수밖에 없었던
제이미는 소냐에게 너 없이는
은행에 갈 수 없다고 했다.
은행이 어떤지 너도 알잖아.
카페트 알러지가 있단 것도 알잖아.
은행엔 왜
소냐는 묻지 않았다.

아침에 찾아가려던 은행은
걸을지 지하철을 탈지 과정에 밀려
한 시에야 발 아래 땅이 굴리듯
입체미로의 결말처럼 그들과 마주했다.
다 왔다
소냐가 말해주었다.
제이미는 일자목이라
다 온 줄도 모른다.

은행에 줄이 너무 길었고
평일 오후 그 줄에는 아이를 들처멘 어머니들
무릎에 난 레깅스 구멍을 집요하게 뜯는 살찐 여자
자리를 맡아 달라고 하고는 구석 바닥에 앉아
스키틀스를 까 먹고 있는 할아버지
그보다 한참 뒤 끝에야 소냐
그리고 제이미
제이미가 없다.

소냐가 발견하기 좋은 곳에서
제이미는 비닐에 담긴 망고에 $3나 쓰고는
두 가지 색으로 애써 물들인
캐치볼 머리통에 너클을 문지르고나 있다.

소냐가 아니었더라면 제이미는
섬뜩한 시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마치 지금은 뙤약볓 벤치에 잠깐 앉은
짧고 젊은 머리 한 쌍인지 몰라도

은행이 닫기까지는 아직 세 시간이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