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러 소식을 듣는다.

올해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 「아직 이러쿵저러쿵하기는 일러」 싶어서 계속 지켜보다가 결국에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일들. 당연한 말들은 당연하다는 이유로 잘 들리지 않게 되는 일들이 유독 많았던 한 해가 가고 있다. 조금 전 파리에서 백 오십 명 가까운(현재 통계) 민간인이 살해된 것도 그런 일이지만, 연초에 같은 도시에서 일어난 테러 때와는 달리 바로 뭐라고 해 둬야 할 필요를 느낀다.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더불어 테러에 대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테러의 주체가 상징하는 것들(집단, 민족, 신념 등)에 대한 이성적 사고의 균형을 사수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테러는 기본적으로 보는 이들에게서 비이성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동인데, 아무 말도 안 하더라도 속으로는 이성적 사고에의 의지를 닻처럼 단단히 내려두는 것이 필요하다. 테러에 대한 비이성적인 태도에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민족이나 집단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도 비이성적인 태도이고, 테러리스트의 표적이 되는 진영에 대한 기존의 적개심을 증폭시킬 기회로 삼는 것 역시 비이성적인 태도다. 한 쪽 극단에 「한국도 이민자 쫓아내라」 라는 네이버 댓글란이 있다면, 다른 쪽 극단에는 「서구가 죗값을 치르고 있다」 라고 편리하게 프레이밍하는 일부 진영인들의 자동반사가 있다.

테러는 그것이 대표하는 이념이 잘못되어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것이 테러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테러로 하여금 그것이 대표하거나 느슨한 정치·역사적 연관이 있는 집단이나 이념을 테러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해당 이념을 비판하는 기존의 목소리를 그런 오류로 매도하는 일 또한 경계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 번 환기하고 올해를 보낼 준비를 시작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