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IKEA-going
Assembling
Sanding

회사가 이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내 첫 출장은 새 사무실에 들어갈 부엌이며 책상이며 소파며 양탄자 등을 사러 광명 이케아에 가는 것이 되었다. 계획을 세울 기간은 아주 짧았지만 치열했기 때문에 쇼룸에서 결정장애로 잠시 드러눕기 위해 매트리스 코너에 들르는 일은 없었다. 부엌은 처음 짜 보는데 걱정보다 변수가 많지 않았다. 소파와 기타 악세서리들도 소재와 색의 균형을 중점으로 쉽게 골랐다. 문제는 책상. 이케아의 조합식 책상 주력 사이즈(120 × 60cm)보다 깊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막상 책상 코너에 가니 작년에 J와 사무실을 꾸릴 때 방문한 레드 훅 이케아에서와 똑같은 딜레마에 맞닥뜨렸다. 대나무 상판으로 근사하지만 65cm의 너비가 시원스럽지 못한 Hilver에 회전형 다리 Krille를 붙이느냐, 아니면 크기와 실루엣 모두 무난하지만 상판이 베니어인 Bekant 시리즈 중에서 고르느냐. 작년 J와 나의 결론은 2번이었고, 이번 Y사마와 나의 결론은 1번이었다.

그러나 Hilver 재고는 우리가 필요한 10개에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상판은 자체 제작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사 당일에 사무실로 두께와 크기를 최적에 맞춘 자작나무 합판 열 개가 도착했다. 합판에 다리를 붙여 책상 삼는 일은 여러 차례 해 본 적이 있지만, 재단면이 상당히 거칠고 수가 많다는 점이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나 혼자 대충 때우려고 만드는 가구가 아니고 팀원들이 매일 사용하면서 기존 책상보다 괜찮다고 느낄 만큼의 퀄리티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점이 달랐다. 그래서 이사 당일인 지난 금요일, 나는 발코니에서 홍대앞 삼거리의 교차하는 호객 사운드트랙을 배경으로 합판 열 개가 비누처럼 미끈해질 때까지 전동 사포기를 놓지 않았다. 나무가루로 백발이 된 상태로 옮기다 만 짐 속에서 다같이 치킨을 먹은 뒤, 눈화장 선명한 인파를 뚫고 집에 가는데 몹시 뿌듯하고 마음이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