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활이 규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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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에서 일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평균적인 평일 일과를 기록해놓겠다.

8시에 일어난다. 조금 두껍게 입고 전기장판 없이, 가습기 틀고 자기 때문에 일어나기는 수월한 편이다. 샤워를 한다. 귀향하고 제일 편해진 것이 샤워다. 뒤로 돌 수도 없었던 파리의 화장실이나 천정이 물 먹어 무너지려 했던 부쉬윅 화장실을 생각하면, 신축 아파트의 넓고 쾌적한 샤워부스는 재미가 없대도 소중하다. 식구들은 다들 작은 수건을 쓰는데, 나는 귀국하면서 가져온 큰 목욕수건을 선호한다. 머리를 말리고, 빗고, 코코넛·파파야 냄새가 나는 컨디셔너를 콩알만큼 바른다. 날씨에 맞게 토너와 로션 등을 적당히 바르고, 선블록을 쓴다. 다 마른 머리를 왁스 미량 써서 고정한다.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엄마가 아침 메뉴를 준비해 놓을 때도 있고, 알아서 먹을 때도 있다. 나보다 늦게 일어나는 동생의 아침 메뉴를 준비해 놓을 때도 있고, 놔 두고 갈 때도 있다. 동생과 어쩌다 출근 시간이 맞는 경우에는 오믈렛이나 샐러드 같은 것을 해서 먹는다. 집에서 만든 요거트에 블루베리와 바나나를 넣은 스무디를 반 잔 마신다. 출근길에 마실 커피를 텀블러에 내린다. 냉커피인 경우가 많다. 이번에 새로 산 패딩 주머니가 큼지막해서 텀블러가 그대로 들어간다. (한 글에서 텀블벅과 텀블러를 섞어서 쓰려니까 헷갈려 죽겠다.) 오른쪽 주머니에는 휴대폰과 이어폰을 넣는다. 지갑과 열쇠를 안주머니에 넣는다. 랩탑만 든 베낭을 매고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어폰을 끼고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한다. 마을버스, 지하철, 지하철 순으로 서교동까지 가는 데에 1시간 10분 남짓 걸린다. 팟캐스트 한 편, 전자책 몇 쪽, 트위터 타임라인 한 바퀴 하면 도착이다.

일을 한다. 점심은 거의 같이 먹는 편이다.

저녁은 상수역 부근의 샐러드집이나 완탕면집, 분식집 등에서 가볍게 먹는다. 홍대 부근을 전전할 일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닥 재미가 없다. 퇴근길에도 비슷하게 팟캐스트 한 편, 전자책 몇 쪽, 트위터 타임라인 한 바퀴를 한다. 오는 길에 편의점을 총 4~5곳 정도 지나는데, 입이 심심하면 스트링치즈나 어육소시지 같은 것을 하나 사 먹는다. 주중에는 딱 한 번, 저녁에 단지 내 체육관에 간다. 삼십 분 정도 뛰고, 삼십 분 정도 팔하고 등 운동을 한다. 씻고 난 밤에는 자몽이나 딸기 같은 과일 한 접시나 견과류 한 종지를 먹는다. 일을 적당히 한 날에는 내 작업을 좀 하고, 일을 너무 많이 한 날에는 컴퓨터 없이 쉰다. 침대에서 넷플릭스 등으로 쇼 하나나 영화 반 편 정도를 본다. 가습기를 틀고, 친구나 시시껄렁한 사람들과 쪽지를 주고받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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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s_lucioles

    타인의 일과 한 쪽을 세세히 들여다 보는 일이 뭔가 포근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ASMR의 글 버전 같은…
    출근길용 팟캐스트 추천해 주시겠어요?

    1. 김괜저

      빠르고 불경한 영어 컨텐츠 괜찮으시다면, Throwing Shade를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