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들 똑같이 불안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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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코난 오브라이언과 마주쳤다. 점심은 나물 먹는 곰이란 곳에서 먹었는데 한옥 식당에 Chandelier를 틀어놓고 찌개와 나물을 먹으니 퍽 만족스러웠다. 회사에는 새로 주문한 커피기계가 도착해서, 이사 기간의 스타벅스 공동구매 체제에 끝이 났다.

설 연휴 뒷쪽과 주말이 더운 겨울날씨여서 동네로 밖으로 많이 나돌아다녔다. 서울역에서 아현동을 관통해 이대까지 걸었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순응자>를 보았다. 내 옆에는 일흔이 넘어 보이는 노인 관객 세 명이 얇은 목도리와 중절모를 무릎에 올리고 앉아 있었다. 그 영화가 46년만에 국내 개봉한다는 것에 의미를 느끼고 약속을 잡은 것 같았는데, 나는 그들이 젊었을 때에는 그런 영화를 알고, 보고, 얘기한다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에서 상수동까지 다시 걸었다. 디어매거진 팀이 오랜만에 완전체로 만나 새우로 저녁을 먹고 무대륙에서 가벼운 술도 한 잔 했다. 잡지와 출판, 취향과 도구에 대한 수다를 떨면서,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태도가 못생겨지지는 않을까 다들 똑같이 불안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