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가 중요하다.

트럼프의 당선을 확실히 알게 된 순간이 정확히 언제였는지 복기해보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물론 뉴욕 타임즈의 예측이 95%로 넘어간 정확한 시각을 찾아보면 답이야 나오겠지만, 내가 사무실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었던 때인지, 그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순간적인 깨달음이 아닌, 내 현실에 대한 인식의 한 영역이 긴 하루에 걸쳐 오래된 텔레비전처럼 재조정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에게 그렇듯, 내게 미국은 국가라기보다 갖가지 가치와 이상을 감정적으로 뭉쳐 놓은 상징덩어리다. 그 요소들은 서로 어울리는 것들도 있고, 정면으로 상충되는 것들도 있다. 내 인생 곳곳에서 미국은 내게 자유 세계로의 구원자이기도, 제국주의적 정복자이기도 했다. 미국은 내게 한없이 관대한 라티나 ESL 선생님이기도, 테니스 코트에서 내게 침을 뱉은 깡패이기도 했다. 미국은 내게 문예창작 워크숍과 마르크스주의 세미나이기도 했고, 나 같은 아이 세 명을 주립 대학에 보낼 수 있는 학비이기도 했다. 미국은 내게 성평등과 인종적 평등을 가르쳤고, 동시에 내가 그러한 장치들이 필요한 약자라는 점 역시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존재였다. 나는 군 복무를 하러 미국을 떠나 있었지만, 그 때만큼 미국의 자비 하에 있었던 적도 없었다. 마음 속에 미국을 어떻게 하나만 둘까? 미국은 내게 게이 클럽이었고, 동시에 그 안의 모두를 죽인 총이기도 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특히 여성과 소수 인종과 성적 소수자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미국의 반이 그들을 지울 준비가 된 이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즉각적인 위협이다. ‘괜찮을 거다’라고 속편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에 반항해야 한다. 괜찮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미국 대선일이 ‘미국이 어떤 나라가 될지’를 결정하는 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던 날에 미국이 즉각 그의 리더십이 어울리는 나라가 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내 친구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미 시작하고 있는 것처럼 더 많은 미국인이 목소리를 내고, 거리로 나가고, 자신이 속한 모든 집단 속에서 더욱 격렬하게 약자와 소수자와 연대한다면 그것으로 미국은 ‘어떤 나라’가 된다. 고로 2016년 미국 대선은 나를 우울로 마비시키는 데 실패했다. 대신, 그것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내 손에 달려있다는 평범한 각성을 더 확고하게 하는 자극이 되었다. ‘괜찮지 않다’고 소리치는 내 많은 친구들은 그 점을 알고 있다. 내 마음은 그들과 함께다.

  1. Political correctness and the disastrous way in which the liberal establishment has handled in recent years the how to speak about topics such as economic migration, the refugee crisis, LGBTQ, and Islam have been important factors in the recent surge of the far right both in the US and in Europe. Time to jump down from the moral high horse.

    1. 김괜저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