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났다는 느낌이 든다.

‘그 나이’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났다는 느낌이 든다. 사던 옷을 사고 듣던 음악을 듣게 되는 나이. 그렇지 않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나이.

4년 정도 잘 썼던 아이팟 클래식은 작년에 퇴역했다. 음악은 스포티파이로 듣는다. 거의 듣던 노래들을 듣는다. 물론 폰 잘 보이는 곳에 사운드클라우드가 깔려 있지만 별로 열지 않고, 쓰는 서비스들 안에서도 새로운 사운드를 들으려고 하지만 하루 한 번이면 많은 편이다. 옷은 몇 군데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로 산다. 이미 있는 옷들 중 낡은 것을 새 것으로 바꾸고 옷의 총량은 대체로 유지한다. 쫀쫀한 박서 브리프를 점점 덜 입고, 모양이 잘 잡힌 면 박서를 주로 입는다. 양말은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도톰한 것들을 색색별로 돌아가면서 신고, 위에는 날씨에 따라 반팔 또는 긴팔 헨리를 많이 입는다. 흰색, 회색, 남색, 녹색 헨리. 헨리의 목 재봉선이 안 보였으면 하는 날을 위한 브이넥도 갖추고 있다. 그 위에 셔츠나 폴로. 셔츠는 이제 내가 좋아하는 종류가 딱 정해져 있어서, 색과 패브릭만 조금씩 바뀔 뿐 거의 비슷한 라인업을 유지한다.

자기 전에 위키피디어나 유투브 등으로 동물 공부하는 것에 재미를 들였다. 고래와 침팬지는 각각 나를 몇 밤씩이나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지구에 살았던 모든 동물들을 다 쳐도 흰긴수염고래가 가장 크다는 것이나, 침팬지는 사람 얼굴을 뜯고 찢듯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좋다. 어제는 하마에 꽂혀 있었다. 자외선에 약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과 물가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들이받으며 전진하는 하마. 암사자 넷에게 동시에 물어뜯기고 할퀴어지면서도 퉁퉁퉁 제 길을 가는 하마. 보는 사람을 경악시키며 묽은 똥을 꼬리로 휘어쳐 사방으로 흩뿌려놓는 하마. 입을 쩍 벌리는 모습에 놀란 나의 외삼촌이 뒤로 벌러덩 넘어지는 것을 외할아버지가 가까스로 잡아 일으키는 사이 약사빠른 소매치기에게 지갑을 뺏기게 만들었던 그 70년대 서울대공원 살던 하마.

  • aoj.

    사던 옷을 사고, 듣던 음악을 듣게 되는 나이.
    저는 27살 인데. 너무 빠르게 온 건가요. ?

    우연히 들어와서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