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따로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소식부터! 2017 인생 자평의 가장 직접적인 결론은 하루 2시간 걸리는 통근을 줄이자였는데, 그것을 줄일 수 있는 결정을 즉각 내렸다. 다음달에 이사간다.

집 계약을 한 당일 심지어 머리를 자르고 안경을 바꿨다. 이렇게 평소에는 생각만 하던 일들을 두세 개씩 해치우는 그런 날들이 또 따로 있는 것 같다. 머리는 가르마를 탈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짧게 치고 싶었고 안경은 반투명한 겨자색 뿔테를 갖고 싶었다. 집에 가는 길에 쉽게 들를 수 있는 남대문 단골 안경집에는 그런 테가 없었기 때문에 합정에 작년에 생긴 언커먼 아이웨어에 들러 딱 마음에 드는 것을 사서 그 자리에서 맞춰 나왔다. 언커먼 아이웨어는 모든 모델에 도수 있는 견본들을 또 따로 갖추고 있어 나처럼 저시력 상태에서 시착한 거울 속 내 모습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크게 배려한 것이 좋았다. 요즘 생애 처음으로 선글라스를 살까 하는데 그것도 여기서 할까 싶다.

추운 날이 좀 지나가서 정말이지 오랜만에 약속과 약속 사이 빈 시간에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얼음이 뜬 강가에 앉아서 오리를 보면서 옛날 음악을 들었다. 이상하게 나의 20대에 관해 곰곰히 생각하면 30대 초반에는 그 때보다 더 어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똑바로 먹는 나이가 있고 거꾸로 먹는 나이가 또 따로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