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저렇게는 김괜저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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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등 하나를 없애고 두 개를 달았다.

어제 점심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서다가 부엌 옆 작은 식탁에 올려놓았던 유리 전등갓을 떨어트렸다. 경쾌한 와장창!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다. 미세한 조각들이 꽤 멀리까지 도달한 것을 보고 긴장했다. 수건을 깔고 무릎을 꿇고 비로 꼼꼼하게 쓸어담았다. 그 유리 전등갓은 저번 주말에 빼 둔 것이었다. 벽 한켠에 무심하게 달려 있는 스콘스 형태의 전등인데 큰 사기 대접을 반으로 잘라놓은 것처럼 생겼다. 하지만 한 번도 그 전등에 불 들어온 것을 본 적은 없다. 전선이 끊겼는지 거기만 입주할 때부터 불이 안 들어왔던 것이다. 등이 못생겼기 때문에 불이 다시 들어오게 고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일반적인 스튜디오 오피스텔인 내 집은 천장에 매몰식 간접 조명과 직접 조명이 한 세트씩 달려 있고 둘 다 평범한 형광등이다. 부엌 천장에도 당연히 형광등이 있다. 그리고 노란 텅스텐 전구가 빌트인 수납장 안에 하나, 현관에 하나 있다. 이 집의 최대 장점은 면적에 비해 매우 큰 유리창이 있고 그 앞을 막고 선 것이 아예 없어서 해가 질 때까지는 아무런 인공 조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 집들과는 달리 밤에 켤 조명만 생각하면 되었다.

아침형 인간(놀랍게도 1년째 6시에 일어나 10시에 자고 있다)이 되고부터 밤에, 특히 퇴근 후에 집 조명을 어둡게 해 두고 산다. 그래서 천장 형광등은 없다 치고 살고 있고, 작년에 산 핸드폰 무선충전 탁상등을 책상에 두고 이것만 밝기를 조절해 가며 썼다. 그 때엔 평범한 전등갓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LED 전구를 일러스트 포스터 한 장으로 둘러 가렸더니 딱 좋았다.

이 집에서 한 해 더 살기로 하고 나서 뭐라도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상 등이 나쁘지 않지만 책상을 다 비울 수 없게 하니 아무래도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침대와 책상 생활권을 자꾸 겹치게 만드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탁상 등을 침대 머리맡으로 옮기고, 방 중앙에는 천정등을 달기로 했다. 나중 원상복구해야 하니 공사를 할 일은 아니었으므로 콘센트에 꽂고 천정에서 전선을 적당한 수준에서 늘어뜨리는 형태. 전에도 늘 해 놓고 살아온 방식이어서 익숙하다.

1년간 수고한 포스터 전등갓을 퇴역시키고 새로 추가될 천정등에도 갓을 달기 위해 이케아에 갔다. 차분하게 생긴 기본 갓 큰 것 하나 작은 것 하나 샀다. 클리어런스 섹션에 콘센트 소켓 전선이 있길래 집어왔더니 집에서 보니 작은 전구용이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전자상가가 있다는 점을 이 김에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서 알맞은 소켓을 사 왔다. 작업을 시작했는데 소켓 나사를 너무 세게 조이다가 소켓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다시 전자상가에 나가기가 귀찮던 찰나에 문제의 스콘스 벽등이 보였다. 그 안에 든 소켓을 떼어 쓸까 하는 계략으로 유리 전등갓을 옆에 빼놓고 들여다보았는데 아무래도 벽 안쪽에서 고정되어 있어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다행히 다음날 동대문에 갈 일이 있었다. 현대 아울렛 2층에는 문고리닷컴 오프라인 매장이 작게 하나 있는데 거기 가니 소켓이 종류별로 있었다. 그걸 사 와서 천정등을 완성했다. 그리고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얼마 전에 필립스 휴 스마트 전구 세트를 샀기 때문에 이제 시리가 내 불을 끄고 켠다. 아침에 기상 시간에 맞춰 천천히 해 뜨듯 불빛 올려주는 게 별 거 아니지만 꽤 도움이 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와이파이 라우터에 연결하는 컨트롤 센터 한 개에 스마트 전구 여러 개를 무선 연결한 뒤, 필립스 휴 앱이나 애플 홈 앱 같은 것에 등록해 제어하는 방식이다. 전등이 두 개가 되었지만 같이 움직였으면 했고, 밝기 뿐 아니라 색상도 조절할 수 있어서 갑자기 클럽잠을 청하고 싶다거나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1. 이정훈

    괜저님의 집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싶어요

    • gwenzhir

      조금씩 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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