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주째 재밌다.

아직 4월 중순이지만 2019년이 반 이상 지나갔다고 해도 믿을 만큼 충분히 다사다난했다. 특히 이 집에 일 년 더 살기로 결정한 뒤, 많은 일들이 줄지어 발생했다. 두 달만에 본 오스깔에게 이러이러한 일들이 줄지어 발생했다고 하니 짓궂은 영화 같은 전개라고 했다. 코엔 형제 영화에서 누가 콱 죽어버리는 (수식어 ‘콱’은 중요) 느낌이 없지 않다고 나도 말했다.

첫째로 일터에서 우리 조직이 지난 일 년 남짓 진행해 온 일들의 방향에 대한 숙고와 경로 보완이 있었다. 거기에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어떤 일에는 집중하지 않을지에 대한 재정렬이 포함됐다. 좀 더 본연의 미션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늘 그렇듯 쉽지많은 않았다.

일터에서 그런 변화를 겪는 동안 공교롭게도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 기회가 생겼다. 글을 쓰고 기획에 참여하는 일은 늘 제안을 받을 때마다 결연해진다. 기획자는 그런 결연함에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나로서는 아직 누가 내 글이 좋으니 좀 달라고 말하는 상황이 어색할 뿐 아니라, 다른 일과는 달리 글은 쓰기 전의 나와 쓴 후의 내가 달라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어서다. 그래서 번번히 나에게 글을 맡긴 사람은 「아니, 그렇게까지 인생을 돌아보실 필요는 없었는데」 같은 입장이 된다고 한다. 그런 욕심이 독이라는 것쯤 이제 머리로는 아는데 손발이 기억해줄지는 모를 일이다.

그리고 요즘에 나의 주말은 새로운 연애를 하는 데에 요긴히 쓰이고 있다. 누군가가 인생에 들어오고 그에게 나는 이런 사람, 아니 사실 이런 사람, 아아니 사실 이러이러하기까지 한 사람! 이라고 알리고 또 알아 가는 과정은 참 내 맘대로만은 되지 않아 승부욕을 자극한다. 그거 승부 아닌 건 나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