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팎으로 푸르다.

장마가 취소된 것인지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보통 생일을 전후하여 비가 꼭 오는데 올해는 쨍쨍했다. 부모님 결혼기념일과 내 생일이 닷새 간격으로 있는 유월 말에는 본가에서 보내는 날들이 많다. 동생과 합세해 커플 골프화를 선물하고 다같이 식탁보 깔린 점심을 먹었다.

주거보다는 재배에 더 적합한 온실 같은 집 덕분에 식물 친구들을 또 한 번 싹 분갈이했다. 잘 자라는 풀 위주로 선택해서 들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정글이 될 줄은 몰랐다. 다음 집은 통풍 잘 되는 베란다가 있는 곳에서 식물들에 호스로 물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처럼 체육관용 바닥에 화분들을 사람 외곽선 모양으로 둘러놓고 그 사이에 누워서 땡볕을 받으며 책을 읽거나 포켓몬 게임을 할 수 있는 게 분에 겹다.

원래 이번 주말을 통째로 쓸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다음 주로 미뤄지는 바람에 시간이 나서, 구멍 난 티셔츠 하나를 기우고 나서 오랜만에 명동으로 나왔다. 해가 이렇게 강렬한 날이라면 매장 안은 컴컴하고 테라스는 눈이 부실 것이라고 기대해 플라스크 이층에 왔는데 예상은 적중했고 레몬 케이크 샘플이 맛있어서 만족한다.

  1. 지나가다가

    괜저님 옛날 글들 사진 사이즈가 작게 보여요. 예를 들면 13년 9월 10일 글 이 그렇습니다.

    1. 김괜저

      13년으로 돌아가 당장 수정하겠습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