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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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만 흐리련다.

지난 이 주 가량이 고단했다. 직장 일도 바빴는데 주말에 걸어 놓은 일들도 있었기 때문에 휴식이 부족했다. 그래도 이번 주말엔 토요일에 바짝 일들을 끝내 놓고 본가에 내려가 다같이 쉬었다. 물 많은 복숭아를 깎아 먹고, 기름 많은 고기를 구워 먹었다.

예전에는 나와 길이 다른 것 같은 친구들을 만나면 영 표면적인 얘기밖에는 나누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은 누굴 만나도 다들 하는 고민이 비슷해서 속 얘기들을 펼쳐놓고 얘기하게 된다. 예전처럼 내 자신이 괜찮을지 물가에 놔둔 애처럼 조바심내지 않는 것도 같다. 내가 살아온 이 편협하고 우스꽝스러운 방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꺼내놓는 것이 예전처럼 견딜 수 없는 경험이 아니다.

오늘은 서울로 돌아온 천적네 부부를 만나 쌀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셨다. 생각해 보니 베트남식 연유 커피를 밥에 곁들여 마시고 나와 바로 콜드 브루를 마시고 또 집 근처에서 커피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빠가 내려 준 온가족 모닝 커피에 서울 올라오며 마신 것까지 하면 이런, 오늘 커피를 다섯 잔이나 마셨구나. 비도 오고 하니 요즘 하루 중 몇 시 쯤인지 가늠이 안 된다. 아침에 환하게 해가 뜨면 팔굽혀펴기라도 해야 할 것 같고 오후에 햇빛이 노래지면 오늘 눈 앞의 일만 하느라 계획과 회고에 시간을 쓰지 못하진 않았는지 견과류 한 봉지 먹으며 뉘우치게 되는데, 계속 흐리니까 그냥 저냥으로 하루를 보내기 쉽다.

새 주에는 인공적인 변화라도 좀 주어야겠다. 아무 이유 없이 찬물 샤워라도 할까? 출근길 경로를 괜히 바꿔 볼까? 아, 알았다. 요즘 많이 먹는 초콜릿 없이 한 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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