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시 네 곳에 갔다.

가을이 되니까 전시 소식들이 날아오고 외국에서 귀한 예술인 친구도 날아와서 그간 일과 더위에 절어 있던 내 안의 ‘나가서 전시도 좀 보고 그러는 인간’을 깨우는구나. 순서 무관하게 기록.

〈20181101-20181130 o o x o x o o o x o o o x o o x x o o x x x x x x x o x o x〉, 이정식

연희동에서는 갤러리 플레이스막 《움직이는 기억》. 그 중 이정식 작가 작품은 예전에 본 것에서 연장된 면이 있는데 보고 나서 해리와 나 둘 다 각자의 언어로 ‘더 풍부’하다는 표현을 썼다. 삶과 작품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는 과정을 친밀하게 바라보고 고개 끄덕이게 한다.

《퀴어락》, 이강승·권진 기획

서교동 합정지구 《퀴어락》. 한국 퀴어 텍스트를 아카이빙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아장맨, 아조바이아조, 이경민 등 지금의 퀴어 작가들 작품을 더해 공간을 채웠다. 활동가·예술가의 시간은 참 빠르다, 마땅히 빠르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격세지감의 전시였고 사적으로는 두 기획자 중 이강승님과 인사하다 그가 6년 전에 이 블로그를 통해 내게 난데없이 〈뻐꾸기 중령님〉 레터링을 의뢰했던 분이었음을 깨달아 마시던 컵 떨어트릴 뻔했다.

《공중도시》, 홍민기 개인전

영등포 위캔드 《공중도시》는 홍민기의 개인전. 전시장은 예전에 부동산이었던 영등포의 한 공간에 있지만, 서울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묘한 인스타그램 방송을 통해 재매개된 합정 망원동 주민들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드는 시간이었다.

《범람하고 확장하는 Q》, 전나환 개인전

을지로 Shift 《범람하고 확장하는 Q》는 전나환의 개인전. 각자의 자리에서 숨쉬고 느끼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일종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한데 모은 것 같다. 전시의 내용을 오프닝의 인상과 혼동해서는 안 되겠지만 미술가 한 사람의 개인전일 뿐 아니라 공동체의 프로덕션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