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에 기댄다.

힘들 때 과학에 기댄다. 과학은 답이 있을 때에는 친절하고 답이 없을 때에는 침착하다. 과학은 한 가지 현실을 보는 데에 무한한 방법이 있고 그 중 한 방법만 택해도 평생을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세상이 왜 이런지 짜증이 몰려올 때 천체의 움직임에 대해 잠깐 공부하면 답답하던 세상사가 탄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둘 데 없을 만큼의 분노와 걱정과 불안이 밀려들어 황당할 때 사람은 뇌의 반쪽을 잘라내도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 숨이 다시 쉬어지기도 한다.

병세가 심상치 않은 친구, 고향이 쑥대밭이 된 친구, 누군가의 죽음에 고통받는 친구들에게 건낸 말로는 부족해 변변찮은 기도 비슷한 것을 해 보곤 한다. 과학은 과학적으로 내 기도를 듣는다. 과학은 드넓지만 길을 잃을 길이 없고 오직 공동 운명인 방식으로만 외롭게 하며 산다는 것은 뭔가를 짊어지거나 뭔가에 의해 내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음인 것임을 알려준다. 어쩌면 과학이란 문제의 정답이 ‘넌 괜찮다’가 아닌가 한다.

요즘 자주 듣는 과학 팟캐스트 〈Ologies〉. 매력 넘치는 진행자 Alie Ward가 매 화 새로운 분야(~ology) 학자와 대화한다.
그리고 꾸준히 보고 있는 PBS 시리즈 〈Eons〉. 수억년을 가볍게 넘나드는 재미에 몇 시간은 가는 줄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