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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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생 자평

2017, 2018에 이어 2019 한 해를 산 나에 대한 평을 쓴다. 자신을 위한 〈2019 인생 자평〉을 먼저 쓴 다음, 검열과 가공을 거쳤다.


1. 총평

2019년은 내가 장차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지혜를 얻기 위해 직접적인 준비를 시작한 해였다. 2019년의 결과로 나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두려움이 강해지는 쪽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2. 건강

작년에 이어 내 몸의 모습을 친밀하게 알고 긍정하는 것을 조금 더 잘하게 됐다고 생각하지만, 겉모습 말고 몸의 기능이 잘 돌아가는지 챙기는 건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날씨가 좋았던 연중에는 해외에 살 때 만큼이나 많이 걸었고 규칙적인 습관을 유지했지만, 직장 일이 과중했던 연말에는 확실히 덜 자고 덜 움직이고 더 나쁜 것들을 먹었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운동 종목을 찾는 것, 그리고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새해의 건강 목표다.


3. 살림

1년 8개월 가량의 용산 오피스텔 생활을 마치고 무려 ‘내 집 마련’이라는 것을 했다. 처음 이것을 마음에 띄우고 책을 사들여 공부를 시작한 것이 약 2년 전이고, 본격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구체화하고 하나씩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 약 1년 전이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이 너무 많아서 이에 대해서는 곧 별도의 글을 쏟아내게 될 것 같고, 어쨌든 새해는 다시 고향인 평촌에 돌아와 맞게 되었다.


4. 인연

연애에 휩쓸리다시피했던 2018년에 비해 2019년은 다소 차분한 한 해였다. 3~4개월 정도, 잔잔했었는지 파도가 거셌었는지 잘 판단하기 어려운 그런 연애를 한 번 했다. 1개월 정도 만난 사람도, 딱 1주 만난 사람도 있었다. 여전히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게을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방어막을 진짜로 내리고 애정을 잘 받는 일이란 역시 쉽지만은 않다. 정을 주는 것도 어렵지만 받는 것은 거의 불을 삼키는 곡예 같다.

어른 되고 나서 서울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만나고 ‘독립 창작’ 언저리에서도 만나온, 서로 ~씨라고 부르고 나이 출신지도 모르고 존대하고 전화번호도 모를 때도 많지만 인생 뭐지 싶을 때 말이 안 나올 정도의 힘을 주기도 하는 친구들. 바쁜 어른끼리 친구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같이 술 한 잔 할 때 가져온 온정을 다 베풀고 가는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한 한 해다.


5. 생산

직장 텀블벅에서는 만 4년째 근속 중이다. 경력 많은 리더의 합류는 내게 일시적인 훈련이 되기는 했지만, 결국 조직의 미션과 활동하는 공간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계속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크게 깨닫게 되었다. 회사가 하는 일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연초에 월간 《현대문학》에 〈구독한 사랑〉이라는 글을, 잡지 《삼》 2호에 〈결혼이라는 나의 문제〉라는 글을 보탰다. 여름에 규모 있는 콘텐츠 회사의 웹사이트 구축 작업에도 기술 자문과 지원 성격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내년 여름에 공개될 장기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서 하반기부터는 다른 일을 벌이지 않으려 하고 있다.


6. 여행과 문화

1월에 가족들과 상해 여행을 가서 맛있는 것들을 잔뜩 먹었다. 5월에는 당시 남자친구와 제주도에 가서 최대한으로 걸었다. 6월에 토론토와 뉴욕에 다녀왔고, 캐나다에 살러 가는 걸 반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8월에는 당일치기로 부산에 다녀오고, 9월에는 비내리는 속초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영화 31편을 보았고 그건 평소처럼 기록을 잘 남겨놨다. 연극 또는 뮤지컬은 3편, 공연도 3편 정도 본 것 같은데 기록이 없어서 긴가민가하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는 David Foster Wallace의 《Consider the Lobster》가 내가 꼭 필요로 하던 순간에 정답을 주었기에 참으로 고마웠다. 내 얘기를 해 보려 한다고 해서 끝끝내 내 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하찮은 정답.


7. 배움

전문 분야를 가진 사람들. 그것이 부동산이든, 헐리우드 쇼 비즈니스든, 이발이든, 인테리어 시공이든, 식용 곤충 연구이든, 글쓰기이든, 랍스터든… 관심사와 자신간의 관계를 탐구를 통해 계속 깊게 하면서 치열하지만 포근하게 살아가는 전문가의 길에 대해 요즘 많이 생각한다. 얕고 넓게 알며 지식을 소개하고 중개하고 유통하는 것만 반복하는 일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다. 용기를 내서 너무 구체적으로 보이는 그 주제를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에만 내려가볼 수 있는 깊이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배우러 가고 싶다.


작년도 재작년도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외로워하며 보낸 것 같은데, 한 해를 통째로 보면 늘 고민한 것보다는 이룬 것들이, 외로워한 시간보다는 외롭지 않았던 (외롭다의 반대말이 뭐지?)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2019년이라는 일 년에 감사한다. 주주클럽처럼 내가 사랑을 했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런 마음으로 다 감사한다.

  1. tav

    All the best to you in 2020, my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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