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홍콩에서 춘절을 보냈다.

설을 맞아 사랑하는 나의 친구 해리 보러 홍콩에 오랜만에 갔다. 춘절에 중화권을 방문한 것은 처음인데 차이나타운 살던 때 마주치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풍경이 반가웠다. 빨간 딱지 붙여놓고 휴가 나가는 상점들. 사자탈 쓰고 마을 한 바퀴 도는 축제. 홍콩 춘절은 특히 꽃과 난을 사려는 사람들로 명절 전날 시장이 불붙은 꽃밭 되는 것이 무척 드라마틱했다.

그 동안 해리는 어엿한 중급 일인가구 가장이 되어 고향 타이 포 지역 산기슭에 있는 아담한 집을 가꾸며 살고 있었다. 홍콩 도심과 딴판인 푸르른 녹지와 산세의 타이 포는 동네가 전체적으로 귀염상이었다. 마당에서 해리가 쪄 주는 생선도 먹고 주말에 비오는 대로 빗소리 들으며 자고 하며 잘 쉬고 왔다.

작년 한 해 동안 몇 번이고 홍콩에 가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한국에서 들리는 소식 조각들만으로는 요즘 홍콩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내 친구 걱정이 앞섰지만 그렇다고 시위가 한창인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내가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이 잠시 멈춘 춘절은 잠깐 가서 친구 집 샤워기 걸이를 고쳐주고 오기에 좋은 타이밍이었다. 신종 코로나로 정말 도시 전체에 마스크가 아예 동나서 겨우 구한 유아용 마스크를 쓰고 종일 걸었다. 귀국하자마자 마스크 두 박스를 사서 택배로 붙여주었다.

  1. 호빗

    사진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친구와 애틋한 사이이신가 보네요ㅎㅎ
    안전히 여행 다녀오셔셔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