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균연령이다.

산 친구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2주에 한 번 꼴로 같이 산을 다녔던 친구 셋은 나보다 나이가 5살 정도 적다. 다들 최근까지 미국에서 일이나 공부를 하다가 한국에 들어왔다. 한 명은 음악 쪽 일을 하고 있고, 두 명은 이제 막 군 복무를 시작했다. 우리는 관악산, 도봉산, 수락산, 북한산, 지리산, 수리산을 함께 등반했다. 내가 미국 일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게 딱 5년 전쯤이니까, 이들의 고민들을 듣고 있으면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이 5년 전에 비해 훨씬 적은 미련만 남기고 떠날 수 있는 곳이 되었기 때문에 나처럼 다시 돌아간다면 언제, 어떻게일까라는 질문에 연연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다시금 깨닫는데 이제 어느 나라에 사는지보다 어떤 정체성 집단(주로 온라인으로 매개되는)에 속해 있는지가 월등하게 중요해졌고 그러한 집단을 기반으로 행복과 성취를 만들기 위한 가장 정확한 길(빠른 길은 아닐 수 있다)은 내가 직접 ‘모여라’ 호명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호명하는 작업(그것이 작업이 되었든, 창업이 되었든, 여타의 사회 활동이 되었든)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신감을 온라인만으로 얻기는 어렵다. 온라인은 대체로 의도된 언어적 메시지 전달 위주로 이루어지며 누군가를 대면해서 만날 때처럼 무언의 불편함과 어색함을 견딜 것을 강요하지 않고, 그렇기에 거기서 얻은 자신감은 사이버머니에 그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사람의 의도된 프로필이 아닌 사람 자체를 통째로 만나버리는 그런 충격적인 경험은 나의 의도와는 달리, 또는 나의 잠재 레벨의 경향성을 드러내듯 내 위치의 좌표와 나아가는 방향의 각도를 자연스럽게 수정한다.

술 친구

지난 1년간 마신 술을 잔 수로 따져보면 반 정도를 나타샤 누나와 마셨을 것 같다. 나타샤 누나에 대한 소개는 차차 정식으로 할 일이 있겠지만 나보다 5살 정도 위인 누나와 누나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누나와의 술자리는 크게 퇴근길에 갑자기 모이는 번개 아니면 생일이나 기념일에 하는 잔치로 나눌 수 있다. 고질적으로 내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윗사람과 친해지는 걸 어려워하는 나인데 누나는 내가 동질감을 많이 느껴서인지 무장해제하고 누나가 사주는 술 마시고 고민을 가감없이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하도 오랫동안 외국에서 혼자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강박을 부렸다 보니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기대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행복을 위해 가까운 주변인들의 행복을 지지하고 관계의 끈들을 빗질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1. 민민

    어떤 경로로 제가 이 곳을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좀 오래전?부터 몰래몰래 읽고 있었어요. 글이 너무 좋아요.
    한번쯤은 댓글 남기고 싶었습니다. 🙂 건강유의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