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클럽하우스가 피곤잼이다.

회사 사람 모두가 클럽하우스 얘기를 하기 시작하고 나서 사흘간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잘 참았던 것 같다. 일단 유행이 확 불붙을 때에 좀 보류적인 태도를 취하고 싶은 본능. 게다가 자고로 ‘업계 사람들’이 특히 열광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심쩍게 여기고 보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에. 다행히 ‘업계’와 무관한 친구가 수다 떨고 놀자며 순진한 초대를 해 줘서 마치 마지못해 응하는 양 가입을 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미 아는 사람들부터 팔로우를 했으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아는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이미 아는 사람, 모르지만 왠지 알 것 같은 사람, 모르는 사람 이렇게 대충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이미 아는 사람들이 어떤 방에 들어가고 어떤 방은 학을 떼는지 보는 것이 재밌다. 초반이니까 조금 결이 안 맞는 사람들끼리도 감안하고 넘어가보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대화에서 미세하게 뜨는 정적에서 묻어나는 것도 재밌다. 사람들이 다 서로를 상대로 실험을 하고 있다.

원래 사람들이 좋아하는 관심사 기반 소통과 공감을 가로막던 장애물을 의외의 방식으로 확 치워준 결과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서로 미리 알고 있을 필요도,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이 만나서 이미 익숙한 방법으로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오랫동안 먼 발치에서 보고만 있던 사람과 갑자기 친분이 생길 수도 있다. 남들에게 자신의 화술과 센스를 보여주는 것에 사명감을 느끼는 사람(좀 별로인 경우가 많아서 표현을 이렇게 하기는 했지만 멋있는 사람도 있다)들은 쉽게 무대를 얻을 수 있다. 데뷔의 민족인 21세기 한국인 정서에 꼭 맞다.

한 쪽의 불편함을 제거하니 다른 불편함이 금세 치고 올라온다. 하나의 소셜 네트워크를 오랫동안 이용하다 보면 각자의 문화와 룰이 생기고 그것들은 내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으로부터 나를 어느 정도 보호해 준다. 그런 게 없는 새로운 이 곳에서는 손가락만 누르면 남의 집 사랑방이다 보니 서로의 기준과 기대를 종횡무진 침범하게 된다. 이러한 침범에서 주로 호기심과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려움과 진절머리를 느끼는 사람은 언제나 따로 있다. 후자들은 진절머리 방을 새로 열어서 거기서 2차로 회포를 풀어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오늘 아침까지는 그래도 재미가 우세했는데 언제 피곤함이 승리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