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심이 보는 어린이였다.

영심이 주제가를 트위터 프로필 문구로 쓰고 있다. 「보고 싶고 듣고 싶어 다니고 싶고 만나고 싶어」 내가 평생토록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담아놓은 가사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KBS에서 유튜브에 영심이 전편을 올린다고 해서 기다려서 올라오자마자 봤다. 어느 편을 볼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영심이는 90년대 초반에 방영되었고 주인공이 중학생으로 되어 있기도 해서 사실 나보다는 80년대 초반생들이 더 많이 봤겠지만, 비디오였는지 재방송이었는지 몰라도 저 편 하나를 7~8살 때 우연히 보게 된 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야기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피아노 독주회에서 시작한다. 지금 보면 뚝뚝 끊기는 애니메이션과 말도 안 되는 전자피아노 음악인데 내 머릿속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몰입되는 연주 장면으로 남아 있다. 연주회와 조각전을 본 영심이는 자기에게 예술적 감각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안경태의 도움으로 거리의 행위예술가 대열에 합류하여 신문에도 소개되지만, 집안 사람들에게는 전위적인 무대로 당혹감을 준다는 내용이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시기해 ‘독창성이 없다’며 깔보거나,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이 내게는 예술이야’라고 말하는 남자친구의 말이 좋으면서도 몸서리치게 싫거나 하는, 시작하는 예술가의 널뛰는 마음이 너무 투명하게 그려져 있어서 지금 봐도 정말 좋다. 친구와 잘 지내고 가족들에게 잘 하라는 그런 얘기 아니면 세계를 위험에서 구하거나 진정한 사랑을 찾는 등의 단순한 얘기들 사이에서 영심이는 ‘예술’이 뭔지 나도 나름의 생각을 가져볼 수 있겠다는 힌트를 주었다.

「뭔가를 쓰고, 그리고, 만들면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 남들은 그런 걸 위해서 평생을 바치는데 오영심, 넌 그 나이가 되도록 뭘 했니?」
— 오영심, 1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