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잠하다.

코로나 모드로 1년 반 정도를 살았더니 이제야 적응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전방위 기대 감소의 상태. 아주 안 좋은 일만 벌어지지 않으면 다행인 상태. 일도 집에서, 밥도 집에서, 잠도 집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아주 친하지는 않은 지인들을 볼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 더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다. 그렇게까지 친하지는 않은 모든 사람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을 뿐 아니라 안산 같은 새시대 위인이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 몹시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요즘 좋은 소식은 대부분 형편없는 소식의 반전 형태로만 전달된다. ‘사십일 간 계속된 폭우가 드디어 멈췄습니다’ ‘연쇄살인마가 드디어 붙잡혔습니다’ 같은 것. 메달을 건 선수들은 아무래도 도쿄가 아니라 달나라나 화성, 아니면 VR로 구현된 평행우주로부터 귀국하는 듯하다.

사람들과 육체를 부대끼지 않는 선에서만 계절을 경험하고 있다 보니까 이 여름이 얼마나 길었는지 모를 일이다. 봄꽃이 피었던 것이 3년 전인지, 7년 전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게 매지컬 리얼리즘이라면 매직이란 것이 그리 신나는 것은 아니구나. 오늘은 먹다 남은 찌개를 끓이는 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덕션이 이렇지가 않았었는데. 반면에 찌개를 냉장고에 넣지 않으면 불과 한두 시간만에 쉬어버린다.

얼마 전 일하다가 ‘활기’라는 단어를 노트에 적었는데 그게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다. 되찾고 싶은데 활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도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냥 저 단어만 머리속에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언젠가는 찾아지리라 대책없이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