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몸뚱이가 하나다.

불과 한 달 전에 상담 선생님에게 ⌜자기 효능감으로 날아갈 것 같아요⌟라고 선언했는데 이번 달 상담은 한 번으로 모자라 다음 주에 또 오기로 약속을 잡았다. 해묵은 이슈, 새롭게 떠오른 이슈,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는 이슈들이 모두 다 등장한 것. 사람 일은 정말로 총체적이구나. A 문제를 A의 영역에, B의 문제를 B의 영역에 깔끔히 수납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내 마음도 몸뚱이도 하나뿐!

Exhalation (Ted Chiang), To the Warm Horizon (Choi Jin-Young), Inside a Pearl (Edmund White),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이방인의 아이 (앨런 홀링허스트), The Best American Essays (edited by André Aciman)

몸뚱이가 하나인데 읽을 책들이 많이 쌓였다. 지금 돌려 읽고 있는 책 여섯 권의 초상. 네 권은 선물받은 책이고 두 권은 다음 작업을 위한 리서치다. 요즘은 차분하고 진중한 글을 찾는다. 오만 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않는 글. ‘구조’로 놀이하지 않는 글. 글- 이라고 길게 발음했을 때 낯간지럽지 않은 글. (어떤 글은 글! 하고 외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듯이 달음쳐 도망가야 할 것 같다)

책을 더 읽기 위해 침대 머리맡 조명을 하나 더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