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의 끝 붙잡았다.

삼 개월이나 글을 안 쓴 데에는 나름의 변명이 있지만 일단 더 늦으면 안 되는 글 하나 급히 완성해서 올린다. 0도까지 기온이 내려간 요즘이지만 불과 이 주 전에 나는 해변에 누워 있었거든. 믿거나 말거나인 말이다.

해리 만난 건 3년 만이다. 코로나가 막 퍼지기 시작하던 때에 내가 홍콩에 갔었으니까, 어쩌면 코로나로 인한 여행 제한의 머리와 꼬리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주중 내내 바빴고 그도 전국을 W자로 종횡무진하는 무리한 계획을 들고 왔기 때문에 주말에 동해역에서 만나 노는 걸로 했다.

이상 기온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이 날 하루 볕이 너무나 따뜻했다. 가져온 스웨터와 패딩은 소파에 던져놓고 해변으로 갔다. 집 앞 길만 건너면 A 해변. 십 분 걸으면 B 해변. 언덕 하나 넘으면 C 해변인 동네다. 그래도 기왕 이런 날을 즐길 거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밀어붙이는 그의 추진력으로 도달한 곳은 전국 10대 해수욕장 중 하나인(지금 검색해 보니 그렇다고 한다) 망상. 슈퍼에서 비치타월과 수영복을 사서 무리하게 입수한 해리도, 누워서 지켜본 나도 후회 없는 10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