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시 무기력하다.

정신이 흐리고 몸에도 힘이 없고 하찮은 유혹에 쉽게 넘어가 버릴 것처럼 유약한 상태로 오늘을 보내고 있다. 이런 날이 많은 건 아니고, 넘기면 넘어가니까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 상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 마음이 우울한 것일까? 일이 지겨운 것일까? 외로운 것일까? 자극이 부족한 것일까? 기분으로 따지면 다 대충 맞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다 사실이 아니다. 그냥 나의 ‘지금 여기에 깨어서 살아 있음’의 정도가 좀 낮아진 게 전부다. 그건 그 어떤 생명체도 언제나 100%의 정신과 육체로 짜릿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의미 부여를 위한 글쓰기에 나는 아무래도 중독되었다. 의미 안부여를 위한 글쓰기도 가능한 것일까?

나의 상태와 기분에 딱 적당한 만큼의 의미만을 부여하고 싶다. 미세한 영점 조절이 잘 되는 고성능 영혼 저울을 갖고 싶다. 오늘은 오늘. 내일도 내일. 만족도 만족. 불만족도 불만족일 뿐. 일과에 변화를 주기 위해 억지로 주문한 아이스 민트 티를 다 마실 의무도 없다.

  1. 보리

    아직 시작은 안했으나(ㅋㅋ) 의미 안부여를 위한 글쓰기를 저는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요. (아무도 안 봐도 좋은) 그러나 이렇게 마음을 먹는 게 의미부여라는 것을 깨닫고 조금 웃고 말았습니다.

    1. 김괜저

      맞아요 의미 안부여가 이미 의미 부여인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