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시작한 지 만 3년 반이 되어간다. 만 1년 되었을 때 호들갑을 떨었는데 여전히 일주일에 세 번 PT를 받고 있다. 이제는 트레이닝을 계속 받은 것이 대단한 것인지, 운동 독립을 못 하고 여전히 트레이닝에 의존하는 것이 한심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이직을 하고 생긴 여유 소득을 운동 하나에 다 쓰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때도 있다. 몇 달 전에는 이제 PT의 효능이 그저 체육관에 오게 하는 정도로 줄어든 것 아닌가, 이 정도 됐으면 혼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운동하는 느낌과 목표가 조금씩 바뀌고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금 하는 트레이닝의 가장 좋은 점은 체형 교정에 충분한 시간을 쓴다는 것이다. 골반 전방 경사와 좌우 비대칭을 교정하고, 어깨와 발목 가동범위를 늘리기 위한 훈련을 해왔다. 그 결과 엉덩이가 근육통을 느낄 수 있는 기관으로 진화하고 팔을 돌릴 수 있는 각도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코어 힘도 많이 좋아졌다. 그런 변화가 쌓이자 근력 운동의 효율이 늘어나서 전보다 운동이 눈에 띄게 더 잘 된다.
한편 옛날부터 살이 찔까봐 밥을 양껏 먹는 것에 대한 학습된 공포가 컸다. 덩치에 비해 정말 적게 드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내가 살쪄서 좋다는 사람도 살쪄서 싫다는 사람도 나를 대체로 슬프게 했다. 평생 살쪄본 적 없는 애인을 사귈 때 (가까스로 당당한 척했지만) 속에서는 내 몸에 대한 원망도 커졌다. 그런데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심리상담을 하면서 그것이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나는 전보다 즐겁게 밥 잘 먹는 사람이 되었고, 운동을 계속 하면서도 딱히 식단을 관리하지는 않았다. 음식까지 조절하라고 하면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몸과 마음의 시계가 맞춰진 것처럼, 좀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봄에는 몸이 여기저기 안 좋아서 비뇨기과, 정형외과, 치과를 전전했다. 건강검진을 했는데 체지방이 줄고 심지어 키도 컸지만 가족력인 대사증후군 기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건강 생각만 한 건 아니다. 올 초에 마무리된 오래된 스토리 이후로 새로운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요즘 많이 드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남자를 만나려면 내가 좀 더 내 눈에 볼만해야겠다는 솔직한 생각도 스스로에게 인정하게 됐다.
지금 회사의 장점이 점심에 늘 별 고민없이 충분한 양의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어서 그 장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단점은 간식 삼을 과자가 주어지고 건물에 베이커리가 세 군데나 있다는 점인데 그 단점은 외면하기로 했다. 그리고 운동을 마치고 간단히 먹던 것까지 생략해서 지금 천천히 몸무게가 줄고 있다. 매일 아침 공복 몸무게를 잰다. 예전에는 자주 무게를 다는 게 나를 피폐하게 하는 강박으로 느껴졌는데 지금은 조금 오르고 내려도 일정 기준대로 살면 장기적으로는 좋아진다는 확신이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한 10kg쯤 빼서 옷을 다 갈아치운 것처럼 썼지만 실제로 아직 그렇게 눈에 띄게 빠진 건 아니고, 엄청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마음이 어떤 능선을 넘은 느낌이 들어서 기억하려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