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비엔나까지밖에 못 갔다.

2010년 파리에서 우리는 부다페스트 가는 비행기를 놓쳤다. 망연자실한 우리를 구해 준 독일인들 덕분에 카를스루에서의 강렬한 2박을 거쳐 두 번째 행선지였던 비엔나에서 남은 여행을 재개했던 기억이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 기억 속에 부다페스트는 미처 가 보지 못하고 상실된 목적지, 비엔나는 독일에서 너무 많이 마신 술을 해독하느라 공원에 널부러져 있었던 짧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 비엔나에 다시 가게 되었을 때, 6박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중간에 부다페스트 1박을 넣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즐거운) 시간에 잠깐의 쉴 틈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14년 전에 공항 안내방송을 잘못 알아들은 잘못으로 인해 못 가 본 한을 푸는 것. 그러나 이번에도 비엔나 사흘차에 눈물을 머금고 부다페스트 가는 기차와 숙소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시차 때문에 집중력이 흐려진 채 미술관에서 나와 이 공원 저 공원 벤치에서 옛날에 그랬던 버릇대로 앉고 눕고 빈둥거리다가 지갑을 흘린 것.

하필이면 나의 덜렁댐을 가장 잘 알고 잔소리할 자격이 있는 두 사람과 함께한 여행에서. 그렇게 부다페스트는 한 번 더 내 손끝을 스치고 멀어졌다. 그런 날 벌하는 수준으로 충격적으로 맛없는 베트남 음식을 하릴없이 먹고 나서 호텔로 돌아오니 호텔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지갑을 건넸다. 지갑을 발견한 사람이 내 카드 키를 보았고, 마침 같은 호텔에 묵는 사람이어서 그 길로 가져왔다는 믿기 힘든 말을 했다. 나는 지갑 잃어버리고 등짝 맞은 사람에서 순전히 내 실수로 부다페스트 두 번 못 간 사람으로 나의 자리를 찾았다.

아빠가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