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결혼식이라면 딱 10년 전에 부탁을 받아 커넥티컷에서 호숫가 결혼식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고 하객 스무 명 남짓 모아서 하는 그 웨딩의 모습이 워낙 그림 같았기 때문에, 굉장히 아름답고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미국을 떠난 지 십 년이 된 올해, 삼십대 후반에 접어들어 다녀온 오랜 친구의 이번 결혼식은 가는 길은 멀었지만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열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파리에서 처음 만나 오랜 시간 함께 지내고 부쉬윅에서 룸메이트로 같이 살기도 했던 사랑하는 친구 Y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몬트로 갔다. 퇴근 후 밤 비행기로 뉴저지로 넘어가 하루를 보낸 뒤 할렘에서 친구 부부 차를 얻어타고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버몬트 숲속 마을. 식 전날 리셉션부터 이튿날 환송 피크닉까지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차 타고 뉴욕으로 돌아와 뉴악에서 비행기 타는 4박 6일의 빠듯한 일정이었다. 게다가 너무나 사랑스런 친구 부부의 두 돌 배기 딸과 내내 함께였고, 새벽에 도착한 공항에서 집으로 와 오후에 다시 출근했으니 젊은 날(기준 불명)에만 해낼 수 있는 강행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폭염에서 도망쳐 꽤 싸늘한 미 동북부의 산바람과 쏟아질 듯 점멸하는 무수한 별들, 대도시 유학으로는 쉽게 느낄 수 없었던 진짜 미국의 향취에 빠져 정말이지 온전히 어디 제대로 갔다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눈 깜빡할 새 뉴욕 친구들 절반은 아이 안고 시위 나가는 부모가 되어 있었다. 주말 동안 소수가 된 우리 싱글 친구 셋은 자연스레 따로 앉게 된 다이너 바 석에서 메이플 소시지와 그을린 콘브레드를 먹으며 결혼과 육아에 대한 우리의 선택도 아침식사 메뉴처럼 간단히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웃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