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옌콰이러했는지 확인하고 왔다.

연초에 다녀왔던 타이베이에 연말에 다시 방문했다. 당시 춘절 연휴였어서 현지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내외지인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용산사와 우연히 들어가 만찬을 즐겼던 식당에서 그 어느 해보다 새해 복을 확실하게 빌고 왔었다. 그래서 이번에 돌아간 것은 과연 타이베이 사람들이 바람대로 새해 복을 잘 받았는지 아니었는지 검사하는 목적을 가졌다. 물론 실제로는 내가 타이베이에 당당히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한 한 해를 살았는지 검사받는 것에 더 가까웠다.

작업실 동료가 운영하는 Extra Credit이 타이베이 아트북 페어에 나가서 그를 응원하러 간 목적도 있었다. 타이베이 아트북 페어는 어떤 곳의 과거 또는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있었고 굉장히 반응이 뜨거웠는데 입장료가 높아 정작 작품이 많이 팔리지 않는 듯하다는 점은 아쉬웠다. 나는 지난 여행에서 가본 적 없는 골목을 돌면서 밀크티와 커리번, 만두를 사서 동료에게 배달하고 잠깐 부스를 봐 주기도 했다.

타이베이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가오슝에 살다가 타이베이로 이사한 한 친구는 스쿠터를 타고 왔고 밤늦게까지 여는 온천을 추천했지만 가지는 못했다. 지난 뉴욕 방문 때 하필이면 코로나에 걸려 못 보고 돌아온 A를 여기서 만나서 하염없이 대화했다. 모으니 네 명이 되었기에 훠궈집에 가서 양껏 먹고 김을 쬐었다.

대만식 아침식사, 즉 뜨순 콩국에 찍어먹는 유타오와 딴핑, 무떡 같은 것이 너무 맛있어서 하루는 소문난 집 건너집에서 먹고 다음날은 소문난 집에서 30분 기다려서 먹었다. 많이 걸었다. 도심공항에 내려서 숙소까지 걸어갈 수 있는 도시에는 일단 감사함이 있는데 토론토가 그렇고 타이베이도 그렇다. 여유롭고 따질 것도 밀린 것도 없었다. 나와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타이베이라는 도시는 묘하게 대안적인 감각을 제시한다. 우리는 타이베이 덕분에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누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