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가 잡은 건 아니지만 내가 안 잡았다고도 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 그러니까 나의 동지들, 내게 어렴풋한 구호에 불과했던 사람들, 전애인들, 척진 사람들, 겸상할 일 없을 사람들, 언제든지 다시 싸움을 재개할 일정이 잡혀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잡았다. 체포로 다 된 게 아닌 상황에서 충분히 기뻐해도 되는가에 대한 주저함도 있지만 지나가고 흩어질 기쁨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느끼는 게 좋은 것 같다. 거리에서 내가 그동안 관심을 못 가졌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 목소리도 누군가에게는 그동안 바빠서 못 들었던 목소리겠지.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희망은 조금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 희망은 ‘민주주의’나 ‘국민’ 같은 어떤 추상적인 단어에 거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름을 알고, 깃발을 알고, 슬퍼하는 얼굴을 알고, 달려가는 뒷모습을 아는 그 사람들에게 거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