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에서 통이푸딩(統一布丁)을 하루에 두 개씩 먹고 나서부터 푸딩류 중독이 된 것 같다. 계란 맛이 나지만 진짜 계란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고, 크림과 노른자로 제대로 만든 푸딩이 아니라 젤라틴으로 투박하게 굳힌 것이지만 계속 먹고 싶은 식감이다.
디저트에 있어서 조금 더 의도를 중시하고 있다. 집에 디저트류를 안 두면 눈에 띄지 않아서 좋은 것 같지만 그럴수록 밖에서 꼭 너무 심한 것을 사먹고 후회로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주말에 바나나 한 송이를 사서 반은 회사에 두고 반은 집에서 견과류와 함께 먹는데 그 정도로 간식 배가 찰 때도 있고 어림없을 때도 있다. 푸딩은 간극을 채운다. 파리 살 때 마트에는 식후에 먹는 커스터드 류가 요거트 만큼이나 다양했는데, 그 때는 더 본격적이고 맛있는 페이스트리가 지천인 곳에서 왜 굳이 이런 게 이렇게 인기인가 의아했지만 그것은 간극용이었던 것이다.
지금 내게 통이푸딩의 대체제는 작년에 풀무원이 출시한 두화 두유푸딩이다. 통이푸딩처럼 에그 커스터드를 흉내낸 것이 아니고 전통 중국 디저트인 또우화(豆花)를 제품화한 것이라 더 담백하다. 소스가 흑당인 것과 꿀배소스 맛 두 가지가 있는데 꿀배소스는 마트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 듯하다. 하나에 100kcal이라고 하는데 특히 시럽을 다 먹지 않는다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쟁여 두고 먹는다. 그러나 푸딩을 회사에 가져가지는 않는다. 회사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속하지 않는 느낌이다. 요즘에 공차가 풀무원과 협업해 두화를 밀크티에 넣은 음료를 팔던데… 푸딩은 떠 먹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진짜 푸딩(에그 커스터드)도 맛있다. 예전에 한 동생의 소개로 알게 된 신용산 카페 son에는 제대로 만든 커스터드 푸딩과 밤 호박 푸딩을 판다. 씹을 필요가 없으니 입 안에 부스러기 같은 게 남지 않아서 좋은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에 곁들어 먹기에 좋은 디저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홈메이드 방식으로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매장의 결에 잘 어울리는 메뉴다. 평소엔 거기보다 작업실에서 가까운 남영동 카페에서 비스무리한 커스터드 푸딩을 사 먹기도 하는데 맛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