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곳의 장소가 있다면 그것이 일직선상이 아니고서야 반드시 삼각형을 이루기 때문에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지만 하여튼 그렇다. 집(평촌)에서 회사(판교)까지는 13km로 가장 가깝고 대중교통으로 약 45분이 소요된다. 지하철로는 2배의 거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지나는 광역버스를 타는데,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 만석 버스를 몇 대나 보내고 나서야 탈 수 있기 일쑤다. 그래서 요즘에는 공유 자전거로 3~4 정거장을 거슬러가서 타기도 한다. 운이 좋을 때에는 40분 안쪽으로 들어오지만 아닐 때에는 기약 없이 길어지기도 해서 보통 한 시간을 잡고 출근한다.
퇴근을 할 때에는 회사 셔틀 버스를 이용한다. 평일에는 주로 정해진 시간에 체육관으로 바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 편이 변동성이 낮기도 하고, 광역버스 정거장보다 체육관에 가까운 쪽에 내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린 곳에서 체육관까지는 걸어서 15분이 걸리는데 그렇게 가면 운동 시간에 살짝 늦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공유 자전거를 이용해 시간을 줄이고 있다. 이렇게 하루에 자전거를 한두 번 꼭 타다 보니 제공사 앱이 네 개 깔려 있다. 가장 많이 쓰는 곳에는 멤버십도 가입했다.
집에서 작업실(남영동)은 17km, 지하철로 40분 걸린다. 애초에 지하철로 오가기 편한 곳에 잡은 곳이기 때문에 쾌적하다. 가장 빠른 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뭘 타고 갈까 고민할 필요도 없고 도심이라 차로 가면 더 늦어지는 걸 알기 때문에 머리가 헛돌지 않는다. 대신 작업실에 가는 날은 주로 주말이라 급하지가 않아서, 오히려 중간에 어디에 내려서 시간을 좀 쓰고 갈까 하는 딴생각을 많이 한다. 사당에 내리면 서점을 잠깐 구경할 수 있고, 이촌에 내리면 커피 한 잔에 산책을 좀 하다가 가기 좋고, 신용산에 내리면 샐러드로 끼니를 하기에 적당하다.
마지막으로 작업실에서 회사가 삼각형의 가장 긴 변으로, 20km 거리이다. 지하철로 두 번 갈아타서 50분 정도, 버스는 조금 더 걸린다. 3, 4호선으로 남산을 북서로 빙 둘러서 가는 그림이다. 물론 삼각형의 세 변 중 가장 갈 일이 적은 길이기는 하다. 퇴근 후 저녁에 작업실에 볼 일이 있거나, 반차를 내서 퇴근 후 작업실로 가는 등의 경우. 작업실 초기에는 가끔 작업실 작은 방에서 자고 회사로 출근하는 일도 있었는데 멤버들이 들어온 뒤로는 그러지 않고 있다. 그래도 예전엔 잘 다닐 일이 없던 동호대교를 수시로 건널 일이 생긴 것은 좋다. 집-작업실처럼 여유있게 다니는 길이 아니다 보니 중간 지점에서 딴짓을 좀체 하지 못하긴 하지만 동대입구, 약수, 압구정은 지날 때마다 잠깐 내렸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도에 삼각형을 그려 보니 중점은 대략 과천 경마공원 정도인 듯하다. 이렇게 넓은 반경을 커버하며 사는 것이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에 점 하나를 다른 두 점의 선상으로 옮겨 일직선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아마 현명한 조치이겠지. 하지만 평촌은 가족과 가깝고 살기 좋은 고향이고, 판교는 내가 쉽게 옮길 수 없는 일자리의 도시이고, 남영동은 대도시 중심 등잔 밑 어두운 곳에서 이것저것 꿍꿍이를 꾸미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 매주 슬픔의 삼각형을 그린다. 그래도 현재 공사중인 경강선-월판선이 개통하면 집에서 회사가, GTX-A 수서-서울역 구간이 개통하면 회사에서 작업실이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 때까지 이 삼각형이 유지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