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황을 세 번 보았다.

  1. 아이폰 17 프로와 프로 맥스에 적용된 Cosmic Orange. 과감한 색상이 키덜트적 · 과시적으로 보인다는 연상이 작동했는지 일각에서 ‘영포티’ 논란이 일었다.
  2. 지난주 관람한 연극 〈퉁소소리〉(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고선웅 연출)에서 재물을 앞세워 여주인공에게 다가가는 이웃집 부자 양생의 적황색 비단 도포. 극중 여성복과 외국 복식을 통틀어 가장 눈부신 의상이었다.
  3. 포터리가 미래에셋증권과 콜라보해 내놓은 〈부티〉 컬렉션의 컴포트 포켓 폴로 니트. (놀라운 캠페인명이다.) 이탈리아산 실크·캐시미어·울 혼방사를 사용했다고 한다. 주황은 미래에셋의 대표색이다.

왜 이렇게 구체적인 색이 상통하는 의미를 지닌 채 동시다발한 것일까? 이 색은 무언가의 전조가 아닌가? 물론 내 눈에만 우연일 뿐, 실제로는 수많은 디자이너와 에디터들이 고심을 거듭했고 오스카 델 라 렌타와 이브 생 로랑이 컬렉션을 선보인 이후 매장에 걸리고 아울렛을 거쳐 할인 코너에서 나를 만나게 된 것일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