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위에 끌려간다.

오늘 아침에 파자마를 벗으면서 날씨를 확인하니 기온이 5도라고 했다. 나는 5도가 어떤 온도인지 아예 모르겠는 무지 상태의 자신을 발견했다. 아, 5도라면 서늘하니 어제 입었던 긴팔 셔츠 겉에 후디를 하나 더 입으면 되는 날씨겠거니 했다. 그리고 전동 자전거를 타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양손이 얼 뻔 했다. 요즘 자전거를 매일같이 타니까 장갑을 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죽이면서 터치도 되는 괜찮은 걸 하나 찾아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런데 장바구니에는 선풍기랑 부채가 들어 있었다.

불과 삼 주 전이었다. 집에서 손님을 재웠을 때 작은방이 더웠던 것이 생각나 충전식 소형 선풍기를 장바구니에 넣은 것이. 그리고 도쿄에서 부채를 하나 사려고 했지만 관광객의 한정된 정보력으로는 저렴하면서도 잘 만든 것을 찾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난 뒤, 검색하니 ‘남원 최수봉 백선’이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넣어둔 것이 바로 저번 주였단 말이다. 계절이 내 멱살을 잡고 끌고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