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달아 도쿄를 통해 후지산에 다녀왔다.

가장 최근의 도쿄는 2년 전이었지만 그 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니가타에 다녀오는 길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내가 도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마지막은 2016년이었나보다. 그렇게 오래 되었나? 체감하기로는 5년 전쯤인데, 코로나로 여행의 시간이 3년쯤 삭제된 것을 반영하면 대충 맞는 것 같기도 하다. 9년 전의 기록을 보니 상당히 강렬한 여행이었구나 싶다. 신주쿠에서 머리에 툭툭 떨어지던 빗방울의 느낌이 정확하게 기억에 있다.

추석 연휴에 휴가를 더 써서 7일 동안 도쿄에 혼자 머물렀다. 도쿄라는 도시와 좀 더 ‘알아가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했다. 나는 늘상 혼자 있는데도 그게 필요하다. 가끔은 절실히. 다른 건 없어도 최소한의 책상과 견고한 의자가 있는 호텔을 한참 전에 잡아놓았는데 코지마치에 있었다. 아직 도쿄의 주요 도심 · 부도심에 있는 곳들을 쉽게 갈 수 있었으면 하는 관광객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일상을 지내고 싶은 욕심도 있는 입장에서 좋은 위치였다고 생각한다. 호텔방에서 나름 글도 쓰고, 아카사카에 있는 헬스장에 일일권을 끊어서 세 번이나 갔다. 코로나 이후 일본 헬스장 특유의 좋은 문화인 ‘쓴 기구 바로 물티슈로 닦기’를 하며 뿌듯함을 느꼈다.

혼자만의 시간이 확보된 상태에서 사람을 만나게 되면, 혼자만의 시간이 없을 때 만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기분좋은 우연과 연결이 발생한다. 거의 십 년 만에 만나는 오드피쉬 님의 놀라운 제안을 통해 갑자기 목요일에 처음 만나는 사람 일곱 명(연령 역시 1세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과 함께 후지산 숲속에서 버섯을 따게 되었다! 닌텐도 게임 속 미션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따온 크고 작은 갖가지 버섯은 산 중턱 소바집 사장님이 식용만 골라내 주었다.

오스깔의 소개로 지난번 작업실 파티 때 만나게 된 M & G의 초대로 네리마구에 있는 집에 찾아가 맛있는 밥과 술을 먹기도 했고, J씨의 소개로 늘 가보고 싶었지만 가볼 기회가 없었던 Loneliness Books와 신주쿠 Tac’s Knot도 마침내 찾아갔다. 소개, 초대, 환대, 그리고 감사의 마음으로 쿠키 건네기가 여러 번 반복된 따뜻한 여행을 마치고 온전해진 기분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2주만에 다시 도쿄로 갔다.

이번에는 주말 한정 짧은 일정. 주된 목표는 시즈오카 미시마에 위치한 서점 CRY IN PUBLIC에서 열리는 자그마한 플리에 가는 것이었고 그건 호영의 제안이었다. 미시마역에 도착하자 하늘에 흰 붓으로 그린 듯한 후지산이 코앞에 있었다.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추석에는 없었던 흰 눈이 꼭대기를 덮고 있었다. 따로 온 호영과 그의 친구들을 서점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다가, 조금 떨어진 후지산 초입쯤에 있는 Clematis no Oka라는 박물관에서 하는 또다른 문화예술 행사에 가보기로 했다. 잘 조성된 조각 공원에 부스들이 책도 팔고 음악도 연주하고 음식도 팔고 있었고 아이들이 큰 나무가 있는 언덕에서 굴러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도 풀밭에 누워 있었다.

CRY IN PUBLIC

이번 숙소는 핫쵸보리에 있었는데, 그건 신칸센을 타기 편해서였기도 하지만 니혼바시와 긴자가 가까워서 11월에 둘이나 있는 우리 가족 생일 선물 쇼핑을 하기에 좋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렇게 한 도시를 몇 주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마치 듀오링고를 열면 지금까지 배운 것 복습을 빠르게 하고 넘어가게 하는 것처럼 도쿄를 돌아다니는 감각을 조금 더 체득한 것 같은 효과가 있었다. 이제 좀 도쿄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일요일 아침. 6층 호텔 창틀에 핸드폰을 걸쳐 놓고 음악을 듣다가 환기가 하고 싶어서 창문을 시원하게 열어젖혔다. 핸드폰은 맥없이 뒤로 넘어갔다. 약 3초 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앞 인도에 착지. 그 와중에도 에어팟으로 들리는 음악 소리는 끊기지 않아서 희망을 갖고 달려가보니, 천만다행으로 케이스만 부서지고 멀쩡했다.

새로운 도시 앞에 겸손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