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이 기다려 준다.

3년만에 광주에 갔다. 상무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이 책상이 좋아 보여서 묵었는데 책상 자체는 좋은데 의자와 높이가 맞지 않아서 몹시 아쉬웠다. 하지만 수영장과 체육관이 좋았다. 수영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수영장을 보니 너무 하고 싶어져 백화점에 가서 수영복과 장비를 사 가지고 오기까지 했다. 아레나 점원은 사이즈를 안다는 내 말에도 수영복은 입어보고 사는 게 좋다며 탈의실로 나를 밀어넣었다. 아무도 없이 나 혼자 큰 창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을 맞으며 따뜻한 물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데, 시간이 나를 기다려 주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문화전당 전시 하나 보고 동명동 카페 거리를 걷는데 두 집 걸러 한 집이 두바이 쫀득 쿠키를 팔고 있었다. 실내 플리마켓에 들어갔는데 셀러의 60%가 두바이 쫀득 쿠키를 팔고 있었다. 치평동 아파트 단지 앞에 새로 연 카페가 꾸민 분위기도 좋고 커피도 맛있어서 벽을 기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사장님이 맛을 보라며 두바이 초콜릿 브라우니 한 조각을 내어주었다. 얼마 뒤 아웃렛에 갔는데 심지어 A.P.C. 카페도 두바이 쫀득 쿠키를 판다고 입간판을 세웠더라.

어디든 가도 두쫀쿠가 있는 풍경은 웃기면서도 걱정스럽지만 조금 더 가만히 두고 보면 가라앉는 것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다지 원하지도 않는 것을 원한다고 착각해 사먹게 하고 만들고 싶지도 않은 것을 만들어 팔게 하는 그 어떤 힘의 배후에 지목 가능한 장본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그닥 중요하지 않고, 그냥 이런 저런 알고리즘과 그 속에서 합성된 재미라도 발견했으면 하는 현대인의 고단한 처지가 씹히는 것. 지금은 열심히 여기에 열중하시고,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유행할 것으로 넘어가시면 된다는 성의 없는 안내 방송이 들리는 것 같아 약간은 텁텁한 뒷맛이 남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