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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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 본 거를 정리했다.

맨날 하는 게 영화 본 거를 정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영화 본 거를 지금 방식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게 약 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그 중 최근 5년간 본 157편 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옮겼고, 앞으로는 분기별이나 연도별이 아니라 보는 족족 올리기로 했다.

나는 설렁탕 국물이 어려웠다.

배추, 부추, 팽이버섯, 얇게 썬 양지. 이렇게만 그야말로 때려넣고 설렁탕 국물 넣고 간장으로 간 하면서 끓여 봤다. 맛과 색이 형편없었다. 희뿌연데 간장을 넣으니 탁한 라떼색에, 배추와 부추와 버섯 각각 최적의 익힌 정도를 과감하게 빗나가 있었고 고기는 물론 기름기 하나 없이 뻣뻣했다.

샌드위치를 먹으려 앉은 채로 최근 내린 결정을 되새기는 사람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기내에서 아이패드에 그린 밑그림에 나중에 색 넣음

나는 제주도를 좌우로 돌고 남북으로 가로질렀다.

무면허 두 남자가 짝을 이뤄 첫날은 탑동에서 애월, 한림을 거쳐 서귀포까지 섬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반 바퀴 돌고, 둘째날은 남으로부터 한라산을 윗새오름을 통해 올랐다 제주시로 내려온 다음 시계 방향으로 함덕, 구좌, 성산을 거쳐 다시 서귀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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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주째 재밌다.

다른 일과는 달리 글은 쓰기 전의 나와 쓴 후의 내가 달라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어서다. 그래서 번번히 나에게 글을 맡긴 사람은 「아니, 그렇게까지 인생을 돌아보실 필요는 없었는데」 같은 입장이 된다고 한다.

나는 충실한 마음을 주고받고 싶다.

최근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고 나서 그게 진품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는 게 좋겠어’라는 문장 형태를 띄고 있더라도 모두 진짜 조언인 것은 아니다. 어떤 말들은 단순히 ‘네가 ~하지 않으면 나의 현실이 훼손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초봄에 걸었다.

지난 토요일의 코스는 해방촌에 가오픈한 집에서 펼친 샌드위치로 아점을 먹은 뒤 스토리지 북 앤 필름에 들러 후암동으로 내려온 다음, 남산을 빙 돌아 명동 플라스크까지 닿는 경로였다. 언덕도 있고 해서 땅 모양을 좀 느끼면서 걷기 좋다. 이번 주만 해도 봄꽃이 활짝 핀 곳들이 있던데, 지난 주에는 개나리가 색을 막 펼치려 하는 때여서 귀여운 맛이 있었다.

나는 삼 2호에 결합에 관한 글을 썼다.

살아 있는 30대의 삶을 기록하는 저널 〈삼〉 2호에 글을 보탰다. 〈삼〉 2호의 주제는 ‘결합’이다. 나는 〈결혼이라는 나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에세이를 썼다. 주제가 주제이고 지면이 지면인만큼 꽤 개인적인 글이 나왔다. 이 블로그에 써 온 말들로 나를 아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나는 가지 라구 스파게티 만들어 먹었다.

오늘은 라구를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좋은 친구가 투스카니 농장에서 일하고 돌아오면서 가져다 준 멧돼지 라구 한 병을 써서 간편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냉장고에 친구가 준 투스카니 멧돼지 라구 한 병 씩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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