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옌콰이러 하고 돌아왔다. 2024-02-182024-02-18 지금껏 말이 안 통해 쭈뼛거리며 손짓으로만 소통하던 종업원이 식탁 앞에 딱 서더니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크게 외쳤다. 신옌콰이러!
나는 닭이 잘 보인다. 2023-04-082023-04-17 시력 0.3으로 25년을 살았다. 아직 그보다 크게 나빠지지 않고 있음에 감사. 안경은 내게 머리카락과 수염만큼 익숙하다. 전 직장에서 서로 얼굴 그리기 대회가 열렸는데 한 명이 내 얼굴을 한붓그리기로 완성해 박수를 받았다. 까만 머리, 까만 수염, 동그란 안경.
나는 사당을 정리한다. 2023-02-062023-02-06 사당역은 나의 사사로운 추억에 화답할 여유가 조금도 없는 철벽 공간이어서 웃기다. 사당역에 서서 혼자 옛사랑을 떠올리고 있으면 그냥 길 잃은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나는 혼술 북토크를 할거다. 2020-11-262020-11-26 12월 중순에 예정되어 있던 출판사 북토크가 거리두기 격상으로 취소된 김에 집에서 작고 조용한 북토크를 해 보련다.
나는 재택근무 잘 해먹었다. 2020-09-202020-09-20 풀무원에서 쌈두부를 팔더라. 훈제 오리를 캐슈넛과 셀러리와 함께 굴 소스 약간 넣고 볶아서 오이와 같이 싸 먹었다.
나는 그만 흐리련다. 2019-07-282019-07-28 비도 오고 하니 요즘 하루 중 몇 시 쯤인지 가늠이 안 된다. 아침에 환하게 해가 뜨면 팔굽혀펴기라도 해야 할 것 같고 오후에 햇빛이 노래지면 오늘 눈 앞의 일만 하느라 계획과 회고에 시간을 쓰지 못하진 않았는지 견과류 한 봉지 먹으며 뉘우치게 되는데, 계속 흐리니까 그냥 저냥으로 하루를 보내기 쉽다.
나는 안팎으로 푸르다. 2019-07-062019-07-24 지금처럼 체육관용 바닥에 화분들을 사람 외곽선 모양으로 둘러놓고 그 사이에 누워서 땡볕을 받으며 책을 읽거나 포켓몬 게임을 할 수 있는 게 분에 겹다.
나는 설렁탕 국물이 어려웠다. 2019-05-192019-07-24 배추, 부추, 팽이버섯, 얇게 썬 양지. 이렇게만 그야말로 때려넣고 설렁탕 국물 넣고 간장으로 간 하면서 끓여 봤다. 맛과 색이 형편없었다. 희뿌연데 간장을 넣으니 탁한 라떼색에, 배추와 부추와 버섯 각각 최적의 익힌 정도를 과감하게 빗나가 있었고 고기는 물론 기름기 하나 없이 뻣뻣했다.
나는 가지 라구 스파게티 만들어 먹었다. 2019-03-232019-07-24 오늘은 라구를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좋은 친구가 투스카니 농장에서 일하고 돌아오면서 가져다 준 멧돼지 라구 한 병을 써서 간편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냉장고에 친구가 준 투스카니 멧돼지 라구 한 병 씩은 있잖아요.
나는 상해에서 다섯 끼 먹었다. 2019-01-252019-10-26 우리 가족은 먹는 것이 여행에 얼마나 중요한지 옛날부터 잘 알았다. 식사 때를 놓쳐 허기가 지거나, 아침에 차가운 커피를 못 마시거나 (엄마의 경우), 저녁 식사에 맥주나 와인 한 잔을 못 곁들이거나 (아빠의 경우), 긴 비행 동안 […]
나는 양배추 좀 구워 봤다. 2018-12-232019-07-24 화요일에 휴일 하루가 더 있으니 주말이 매우 여유로워서 이틀 내내 머리를 식히며 집안일만 했다. 특히 부엌을 유례없이 깨끗하게 딥청소(‘대청소’로는 전달이 안 됨)했더니 금방 그 부엌을 쓰고 싶은 마음이 솟았다. 마트에 갔는데 아뿔사, 마트 쉬는 일요일이다. […]
나는 추석에 어디 안 갔다. 2018-09-272019-07-24 어쩌다 보니 이번 추석은 조촐하게 우리 가족끼리만 보내게 되었다. 추석 전날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러 갔다. 할머니는 어디가 아픈지도 모를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읽은 신문을 칼같이 접어 노끈으로 묶어 배출한다. 옆 집 할아버지 식구에요, 하니까 […]
나는 장볼 때 많이 사는 것들을 나열한다. 2018-09-102019-07-24 뉴욕 살림 5년 했기 때문에 서울 살림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나 하나 간수하면 되는 원룸 자취라 실제로도 크게 어려운 일은 없었지만, 서울에서 식단을 꾸리고 장을 보고 요리하는 건 처음이라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