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물 생겼다.

⌜을지로의 프래그 스튜디오가 김서울 작가와 협업해서 황동으로 향꽂이와 받침을 만든다고 해서 뭔가에 홀린 듯이 가서 후원했다. 좀 오래 갖고 있을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막상 요즘엔 향을 잘 안 피우기는 한다. 집이 좁고 환기가 도 아니면 강풍 이어서 세련된 정도만 피우는 게 잘 안 된다. 그래도 불 안 붙인 향이라도 앞으로는 늘 […]⌟

2018 인생 자평

⌜작년에 이어 같은 방법으로 한 해에 대한 평을 쓴다. 나 스스로를 위한 가감없는 〈2018 인생 자평〉을 먼저 길게 쓰고 나서, 검열과 가공을 거쳤다. 0. 총평 2018년은 내가 지난 10여 년 간 「어쩌면 나와는 관련없는 일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왔던 일반적인 인생의 측면들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의 상을 발견하고 자세를 고쳐 나갔던 한 해였다. 나는 […]⌟

나는 양배추 좀 구워 봤다.

⌜화요일에 휴일 하루가 더 있으니 주말이 매우 여유로워서 이틀 내내 머리를 식히며 집안일만 했다. 특히 부엌을 유례없이 깨끗하게 딥청소(‘대청소’로는 전달이 안 됨)했더니 금방 그 부엌을 쓰고 싶은 마음이 솟았다. 마트에 갔는데 아뿔사, 마트 쉬는 일요일이다. 원래는 고기와 야채를 사서 잔뜩 구워 먹으려고 했었는데. 집에 먹을 게 마땅히 없긴 해서 마트 옆 유기농 슈퍼마켓에라도 갔다. 그나마 […]⌟

나는 꿈에서 또 남을 실망시켰다.

⌜또 말도 안 되는 꿈을 꾸었다. 지난 한 주 동안 세 번 이상 생생한, 실제 아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서울인 것 같은 곳을 배경으로 한, 내가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크게 실망시키고 마는 꿈을. 오늘 새벽녁에 깨어 머리맡의 가습기 (가벼운 코감기가 있어 최대치로 해 놓고 잤다) 때문에 축축해진 배게를 옆의 것으로 바꾸게 […]⌟

나는 우유를 쏟았다.

⌜지난주, 일 년 동안 주된 컵으로 사용해 온 도자기제 컵 하나를 깨트렸다. 내가 산 것은 아니고 동생이나 엄마가 대만이었나 여행을 다녀오면서 현지 스타벅스에서 보고 예뻐서 산, 붉은 게 그림이 그려져 있는 컵이었다. 벽이 이중으로 되어 있고 크기가 적당히 큼지막해서 뜨거운 차도 얼음 넣은 커피도 편하게 마시기 좋았다. 무게가 꽤 나갔기에, 노트북 옆에 식수 컵으로 늘상 […]⌟

나는 장볼 때 많이 사는 것들을 나열한다.

⌜뉴욕 살림 5년 했기 때문에 서울 살림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나 하나 간수하면 되는 원룸 자취라 실제로도 크게 어려운 일은 없었지만, 서울에서 식단을 꾸리고 장을 보고 요리하는 건 처음이라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내 식성에 유별난 점들을 이제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구하기 쉽고, 만들기 쉽고, 싸고, 입맛에 맞는 식사들의 종류를 확보하는 데 가장 […]⌟

나는 부동산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어졌다.

⌜용산에 6개월 살면서 부동산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단지가 ‘용산 미친 집값’ 뉴스에 나오더라. 박원순 시장이 싱가폴에서 용산을 이렇게, 여의도를 이렇게 말하니 빨간 선이 즉각 움직이더라. 왜 약국도 없는 단지에 공인중개사는 세 군데씩 있는지 이제 알겠다. 씨니컬한 관심만 생긴 것은 아니다. 월세를 내기 위해 월 단위로 돈을 관리하며 사는 […]⌟

나는 큰 그림을 걸고 싶다.

⌜폭이 1.5미터는 족히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2:1 또는 1:1 비율이니까, 2:1인 것들 중에서 골라서 대형 인화를 맡길까 한다. 물론 요즘에 긴축이므로 월말은 되어 보아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반딱이는 인화지에 유광으로 뽑고, 얇은 검정 액자를 맞추는 거다. 사방에 대지를 남길지 아니면 꽉 채워 뽑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사진을 아직 못 정했으니까. 탁 […]⌟

나는 용산구민이 되었다.

⌜오늘부로 서울시민하고도 용산구민이 되었다. 올림픽이 열리던 해 서울에서 태어나 다른 곳에서 삼십년을 살고 다시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다시 서울에 살게 되었다. 올 초 발행한 2017 인생 자평의 가장 큰 결론이 직장에서 가까운 나 혼자의 방을 갖는다였다. 식습관, 운동습관, 여행, 인간관계 등 여러 차원에서 보아 다시 자취할 때임을 다각도로 깨닫게 되자 몸은 빠르게 움직였다. 윌로비 주인장 […]⌟

나는 또 따로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소식부터! 2017 인생 자평의 가장 직접적인 결론은 하루 2시간 걸리는 통근을 줄이자였는데, 그것을 줄일 수 있는 결정을 즉각 내렸다. 다음달에 이사간다. 집 계약을 한 당일 심지어 머리를 자르고 안경을 바꿨다. 이렇게 평소에는 생각만 하던 일들을 두세 개씩 해치우는 그런 날들이 또 따로 있는 것 같다. 머리는 가르마를 탈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짧게 치고 […]⌟

2017 인생 자평

⌜12월 32일을 맞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겠다. 블로깅 초창기에 했던 것처럼 몇 가지 주제를 정해 한 해를 주제별로 돌아보는 작업인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블로그에 공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 스스로를 위한 가감없는 〈2017 인생 자평〉을 먼저 길게 쓰고 나서, 축약과 검열 그리고 번역을 통해 아래와 같은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쳤다. 내가 사적으로 나 […]⌟

나는 패딩사러 갔다가 내 인터뷰를 득했다.

⌜가을에 인터뷰를 하나 당했다. <디어매거진>과 NY30NY 프로젝트 때문에 남을 인터뷰하는 일은 익숙하지만, 남이 나를 인터뷰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국산 남성복 브랜드 Series에서 발행하는 잡지 에서 이방인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모은다고 했다. 우리가 NY30NY 인터뷰 장소로 쓰기도 했던 로워이스트사이드 와이낫 커피에서 기자님 사진사님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옆집에서 치킨과 굴에 맥주도 하고, 얼마 후 브루클린에서 따로 […]⌟

나는 다음 뉴욕살이 때에는 달리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이 있다.

⌜로밍에 관해 매번 같은 고민(로밍은 비싸고 대안들은 번거롭다)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이번에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은 것 같다. 공항 KT 로밍센터에서 와이브로 에그를 머무는 기간만큼 대여했다. 이번에는 한국에 머무는 6주 가운데 열흘 정도가 해외 여행으로 빠지는데, 나갈 때 공항에서 반납했다가 들어올 때 다시 대여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있는 기간동안만 정확히 빌릴 수 있다. 인터넷에서 예약을 했더니 가격을 […]⌟

나는 이렇게 포장해두고 싶다.

⌜뉴악에서 보낸 일 년이 저물고 있다. 그와 함께 졸업 직후의 학생-잔상 신분도 끝난다. 사실 공식적인 학생신분 유예 기간은 봄에 진작 끝났으나, 이번 세 달을 수습기간으로 보충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야 제대로 선을 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선은 선이라고 하기에는 뿌옇고 흐렸었다. 이렇게 몇 달을 되돌아보려고 키보드에 손을 올리니까 그걸 넘어왔다는 것이 보인다. 요즘은 키보드에 손을 […]⌟

나는 솥으로 폭풍을 이겨냈다.

⌜육개월도 긴 시간이고 삼개월도 긴 시간이다. 그간 뉴욕으로 얼른 돌아가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뉴저지에서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집에 너무 정을 안 붙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처방으로 연말에 무쇠솥을 샀다. 랏지 솥은 따로 시즈닝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첫 사용을 신중하게 하고 싶어서 세일중인 베이컨을 집어왔다. 한 판 가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