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솥으로 폭풍을 이겨냈다. 2015-01-30 육개월도 긴 시간이고 삼개월도 긴 시간이다. 그간 뉴욕으로 얼른 돌아가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뉴저지에서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집에 너무 정을 안 붙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처방으로 연말에 무쇠솥을 샀다. […]
나는 기운을 읽는 친구가 있다. (1/2) 2014-12-16 아떠라는 친구가 있다. (Arthur를 ‘아서’라고 표기하면 어딘가 쓰다 만 느낌이 나서 싫다. 내 이름 Keith도 ‘키스’라고 하면 안 된다. 키뜨, 그러므로 아떠. 게다가 이 친구는 스페인어 이름 아뚜로가 본명이기도 하니까.) 아떠를 처음 만난 것은 올 […]
나는 계절을 즐기는 열쇠는 한 발 앞서 쾌적함을 준비해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4-07-09 저녁까지 푹푹 찌는 여름이 왔는데, 나쁘지 않다. 선반 때문에 목공소에서 나무를 떼었다. 적당한 길이의 목재들이 다 상태가 안 좋은 것을 보고, 더 긴 것들을 사게 됐다. 재단을 끝내니까 당장 쓰지 않을 부분이 많이 남았다. 짧은 […]
나는 식칼이 떠올랐다. 2014-06-25 김치볶음밥을 하려고 했는데, 이사통이라 김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초리쪼와 새우를 넣은 빠에야색 볶음밥으로 바꾸었다. 아니, 팬에 육수로 밥 지어 만들었으니까 근본없지만 그냥 빠에야라 부르겠다. 죄책감은 발암물질이다. 새 집에서 처음 하는 요리였으니 좋게 좋게 가자. 이번에 […]
나는 오글거리는 것에 눈이 돌아간다. 2014-06-17 뻔하긴 한데, Vifa사가 이런 스피커를 팔겠다고 하니 눈 돌아간다. 조각양탄자를 한 상자 사서 바닥에 붙일 생각인데, 기왕 양탄자를 까는 김에 이번 방은 좀 오글거리는 미드센츄리를 겨냥해 보기로 한다. 과감한 깔맞춤, 군더더기 없는 선 뭐 그런 […]
나는 주말동안 이사를 대강 끝냈다. 2014-06-12 물론 내가 하는 일이 대개 그렇듯 간단하지는 않았다. 세 개 도시에 흩어진 짐들을 짧은 시간 내에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날의 고생치 덕분인지, 결정마다 예감이 잘 들어맞아주어서 큰 낭패는 없었다. 짐이 다 모였으니 이제 집안을 […]
나는 좋은 집을 찾았다. 2014-05-08 Craigslist로 아무 보증도 없이 만났지만 공통점도 많고 찾는 조건도 비슷해 같이 새 집 구해서 살기로 합의한 친구 Chris. 오늘 우리는 삼 주째 이어지는 기약없는 집 찾기에 나섰다. 처음 가 본 집은 「5일이면 완성된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
나는 왠지 이 글도 마침표가 없어야 할 것 같다. 2014-05-01 창가로 책상을 옮겼더니, 비가 와서 그런지 몰라도 능률이 확 올랐다. 건넛집과 공유하는 무선인터넷 신호도 훨씬 잘 잡힌다. 정시에 퇴근도 했겠다, 샤워도 마치고 커피도 올렸겠다, 구상중인 글을 붙잡고 있기 딱 좋은 분위기지만 주말직장 일이 급하다.이번주는 기필코 […]
나는 나온다 싶다. 2014-03-31 클라이언트에게 페르시아 식당에서 저녁을 얻어먹었다. 통화만 해 본 사이인 그는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십 년을 살아 슬하에 혼혈인 아이가 있는 가라데 유단자였다. 실없는 얘기와 일 얘기를 들실 날실 삼아 조금 징그러울 정도로 능숙하게 ‘비즈니스 대화’를 […]
나는 집 내놨다. 2014-03-16 향후 1년 주거계획이 대강 나왔기에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첫걸음으로 부쉬윅 방을 내놓게 되었다. 지난달에 아는 사람들에게는 광고를 했었는데, 아예 방을 넘길지 서브렛을 줄 지 결정이 흐릿한 상태에서 사람을 찾았더니 다 흐지부지되어버렸다. 이번에는 모든 조건을 확실히 […]
나는 날씨로 낙관한다. 2014-03-09 추웠던 저번 주 안 추웠던 이번 주 온도가 기적적으로 급하게 올라서 오늘 아침 땀을 흘리며 깼다. 뉴저지에 있는 주중에 룸메이트들이 보일러가 고장나 집이 며칠째 얼음장이고 온수도 안 나온다며, 집주인이 해결해 줄 때까지 월세 안 내고 […]
나는 당연히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2014-03-02 방을 보러 오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 뉴저지에서 서둘러 오는데 마침 지하철 L호선이 불통이어서 멀리 돌아오느라고 다섯 시에 오기로 한 사람을 삼십 분 문 앞에 세워두었다. 미안해서 커피를 내려주었다. 멀리 살면서 방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번거로워서 […]
나는 갈아탈 수 있다. 2014-02-28 지난 한 달 동안 두 집 살림을 했다. 부시윅 본가를 두고 뉴브런즈윅 직장 근처에 방을 하나 잡았다. 집에서 집은 두 시간이다. 일이 많은 주에는 일주일에 네 번까지도 왔다갔다한다. 하도 굴러다녀서 몸에 기스가 많이 갔다. 외투도 […]
나는 같이 먹을 커피를 끓여야겠다고 생각했다. 2014-02-20 본 글은 약간 픽션이오니 현실과 혼동하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흐린 날 아침 뉴브런즈윅 방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니 머리맡에 밤에 보던 영화가 일시정지로 열려 있고, 전기장판의 징징거리는 온기와 창문 세 짝에서 들어와 앉은 냉기가 미미한 비무장 지대를 […]
나는 한 달을 채웠다. 2014-02-03 한국에 머무는 기간을 한 주 늘려 한 달을 채웠다. 가족 일이 계기였지만, 다른 면에서도 무척 잘 한 결정이었다. 삼 주간 거의 매일 점심, 저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데다 지방 촬영까지 다녀와 무척 지쳐있었다. 나는 지치는 것을 […]